사진=미리캔버스,보건복지부/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보건복지부/디자인=안지호 기자

#. 20대 직장인 남은비(28.가명) 씨는 지난달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했다. 가계부담으로 매달 적금을 유지하기 힘들어서다. 남 씨는 청년내일저축계좌라도 가입하고 싶지만, 현재 대출 이자 부담이 커 월 10만원도 부담스럽다. 그는 "월 10만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출 때문에 생활비가 쪼리니까 큰돈이 됐다"며 "요즘에 신용대출이나 카드 빚 없는 친구들 별로 없다. 저축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 정지우(26.가명) 씨도 청년내일저축계좌가 남 일 같다. 정씨는 대학교 졸업 후 계약직으로 근로 중이다. 월급은 200만원인데 이 중 80만원을 월세로, 10만원을 관리비로 낸다. 또 35만원은 학자금 대출과 신용 대출 이자로 쓴다. 나머지 통신요금 10만원, 교통비 10만원, 식비 25만원, 기타 (보험료, OTT 요금) 10만원을 고정비용으로 사용한다. 사실상 여가생활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20만원이 전부다. 정 씨는 "일만 하고 살 수도 없고, 가끔 친구라도 만나려면, 월급이 모자라다. 저축하고 싶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저소득 근로 청년의 자산형성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인데, 정작 저소득 1인 가구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자산형성보다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 접수 현장을 찾았다. 오는 26일까지 주민센터에서 방문 접수로 신청이 이뤄지는 만큼 현장에서 원활한 신청이 이뤄지도록 격려에 나선 것이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이 몰리면서 현장 혼잡이 발생할 것을 예상한 조치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3년간 매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1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3년 만기 시 본인 납입금 360만원을 포함해 총 720만원의 적립금을 받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경우 월 10만원 적립 시 정부 지원금 30만원이 더해져 총 144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지원금을 전액 지원받으려면 가입 후 3년 간 근로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자산형성포털 내 온라인 교육도 10시간 이수해야 한다. 만기 6개월 전에는 자금사용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월 10만원 저축으로 최대 1440만원을 모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첫해와 달리 올해는 차분한 분위기다. 현장은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이 격려에 나설 정도로 뜨겁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다. 대상 자체가 근로자인 저소득 청년인데 근무 시간에 주소지 주민센터 방문 접수라는 조건 자체가 탁상행정이란 지적만 나온다. 주민센터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따라서 청년내일저축계좌 신청은 온라인으로 몰릴 전망이다. 복지부는 내달 15일부터 복지부포털사이트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 초기 2주간은 출생일 기준 5부제로 모집하고, 이후 26일까지는 자율신청으로 진행된다.

사진 = 보건복지부
사진 = 보건복지부

청년내일저축계좌를 바라보는 저소득 청년 1인 가구의 반응도 운영 첫해와 다르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가계부담 탓이다. 이에 청년층의 자산 형성 지원보다 부채 부담 완화가 당장 필요한 정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애주기 관점에서 청년층의 경우 저축보다 대출 수요가 높아 수혜층이 제한되고 효과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급증한 부채 상환 부담으로 청년층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부채보유 상위 50% 청년 중 저신용층(신용점수 700점 이하)은 기준금리 1% 인상에 따라 연간소비가 53만9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론, 2금융권 신용대출자, 다중채무 청년도 소비를 19만~29만원 줄였다. 부채보유 상위 50% 청년 중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약 3배 소비감소폭을 보였다. 

여기에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은 연간소비가 2만4000원가량 줄었는데 부채 상위 50%에 속한 청년은 26만4000원 감소했다. 연령별 차이도 분명하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29만9000원으로 60대 이상 소비 감소폭의 8.4배에 달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향후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니 좀 더 만기가 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저소득 근로 청년의 자산형성을 두텁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청년도약계좌나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중복가입이 된다. 다만 지자체 자산형성지원사업과는 중복이 불가능하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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