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화면 캡처> 

[일코노미뉴스=노대한 기자] 북한 고위급대표단 단장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 내내 공개된 장소에서는 말이 없었다.

김 부위원장은 27일 귀환길에 경기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취재진이 방남성과에 대한 평가와 북미대화의 시기 등을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흡족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는 것처럼 오른손을 한 번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정도의 제스처를 취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은 25일 방남했을 때도 기자들이 천안함 피격사건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숙소인 서울의 워커힐호텔에 들어설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부위원장은 평창올림픽 폐회식 때는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웃음을 지었지만, 이후로는 또다시 별다른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26일 새벽 0시를 조금 넘겨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뒤 이날 오전 10시30분 귀환길에 오를 때까지 34시간여 동안은 아예 취재진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의 '침묵'은 지난 9∼11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방남했던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강릉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재한 만찬에서 취재진을 옆에 두고 "서울은 처음이지만 낯설지가 않다"고 말하는 등 공개 발언을 꺼리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카메라 앞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했다. 함께 방남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역시 가벼운 농담을 하며 웃음 짓는 모습은 물론 예술단 공연 등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비해 김영철 부위원장의 행보는 자신의 방남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동선은 물론 회동 및 논의 내용에 대한 공개를 최소화한 것 역시 방남 논란을 염두에 둔 '로키(low-key)' 행보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로키'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북측의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북측의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렇게 진행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여러 상황'에는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피격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그의 방남을 둘러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두고 야당과 천안함유족 등을 중심으로 방남 전부터 반발이 이어져 왔으며, 자유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 때와 마찬가지로 귀환일인 이날도 통일대교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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