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채용 한파…취준생 1인 가구 어쩌나

청년 취업자 4개월 연속 감소…'쉬었음' 인구도 늘었다

2023-03-15     지현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연초 채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서 기업의 신규 채용 발목을 잡은 여파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일자리까지 구하지 못한 청년 1인 가구의 생활고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5일 통계청은 '2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71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증가폭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정부는 2월 취업자 수 증가폭 감소는 지난해 2월 급격히 취업자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층을 제외한 청년층, 중장년층에서 취업난이 벌어지고 있어 기저효과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 2월 38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5000명이나 줄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이다. 심지어 감소폭도 11월 -5000명에서 지난달 12만5000명으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2023년 2월 고용동향./표 = 통계청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올해도 취업은 글렀다'는 말이 연초부터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조사한 대학 졸업 예정자 취업성공률 조사를 보면 응답자(396명)의 57.8%는 '아직 구직활동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1번의 면접을 위해 평균 5곳의 기업에 입사지원을 했다. 또 22.3%는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졸업 예정자 절반 이상이 '미취업'상태였다. 지난달 청년 고용환경이 더욱 악화한 만큼 대학을 졸업하고도 캠퍼스를 떠나지 못하는 청년 1인 가구 역시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생활고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학자금대출로 인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서울시민만 1만4730명에 달한다. 총 대출액은 1491억원으로 1인당 약 1010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21년 8455만원을 기록했다. 부채가 없는 청년 가구을 제외하면 평균 1억1511만원이다. 학자금대출, 신용대출,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을 짊어진 탓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취업준비생 또는 사회초년생에게 대출해주는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은 4.8%를 기록했다. 정부가 대신 갚아준 금액인 총 대위변제액도 254억원에 달한다. 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10.4%를 기록했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에게는 안정적 소득과 미래를 도모할 정규직 취업이 간절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채용시장 불황은 곧 빈곤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대 1인 가구 오상미(가명)씨는 "졸업하고 나니 정말 취준생이 됐다는 실감이 들어 너무 울적하다. 지금도 이력서를 넣고 있다"며 "일단 인턴이라도 붙었으면 한다. 이러다 결국 올해 취업은 물건너 가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1인 가구 장현재(가명)씨는 "연말에 대기업 인턴 붙어서 열심히 했는데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하반기 공채를 노려볼 생각"이라며 "그때까지 서울에서 버티는 게 문제다. 일단 고시원에서 알바하면서 자격증 좀 더 따면서 준비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 둔화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한 것도 문제다. 2월 연령별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를 보면 15~29세는 49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 늘었다. '경제허리'로 불리는 40대도 28만8000명으로 9.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