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소서, 취준생 1인 가구 유혹...기업에 먹힐까

챗GPT 열풍이 취업준비생 1인 가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업을 위한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 대필자로 인공지능(AI)가 떠올라서다. 그러나 AI자소서에 대한 기업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취준생들의 챗GPT 활용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구인구직 사이트 레주메 빌더(Resume Builder)가 챗GPT를 가입한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중 2153명이 이력서 혹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챗GPT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취업 과정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현직 인사팀에 근무 중인 A씨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A씨는 "AI가 쓴 글은 티가 난다. 문법 사용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사람이 작성한 지원서에 비해 스토리의 흐름이나 기승전결이 부자연스럽다"고 전했다.

또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나, 2차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서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지원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사팀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이력서 내용이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보고나 발표를 할 때 적합한 문구와 더 나은 표현 방법 등을 모색하듯이 이 또한 이력서를 돋보이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쓴 자소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1코노미뉴스]가 실제 업체 대필 자소서를 입수해 챗GPT가 쓴 자소서와 비교해 봤다.

가장 눈에 보이는 차이는 '깔끔함'이었다. 챗GPT가 쓴 자소서는 업체 자소서에 비해 미사여구가 적고 담백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내는 측면에서는 약점을 보였다.

다음은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작성된 대필업체 자소서와 챗GPT가 작성한 자소서 전문이다. 

대필업체 자소서다. 

"저는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했을 때 좋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성장하게 되면서 기업에도 이를 이바지 할 수 있어 일하는데 원동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동력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다면 기업에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지원 회사)는국내 정유 석유화학 분야에서 단연 1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일하게 된다면 저 또한, 기업의 선한 이미지와 꾸준하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본받아 업무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며 스스로가 발전하는 곳인 기업과 발맞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사 후 저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로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론과 실무 역량이 쌓이게 되면 업무에 대해 소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원 회사)처럼 현재 안주하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하고 업무에 강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해서 터득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기업의 성장하는 모습을 본받아 일을 수행하면서 저 또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챗GPT 자소서다.

"저는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성장하면서 기업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업무 수행에 대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높은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국내 정유 석유화학 분야에서 단연 1위 기업인 (지원 회사)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이 기업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의 선한 이미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제가 일하는 동안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입사 후 전문성을 가진 인재로서 성장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론적인 부분 뿐 아니라 실무적인 역량도 함께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안주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며, 업무에 강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해서 터득하고자 합니다. 또한 기업의 성장 모습을 본받아, 제 업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하고, 자신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는 기업과 함께 협력하며 발전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입니다. 저의 자부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자 합니다."

20대 1인 가구 배경석씨(28, 가명)는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뚫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대필 사이트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 주변에서 챗GPT로 자소서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용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며 "기업의 규정이 없다면 챗GPT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대필에 관한 처벌은 경계가 모호한 상태다.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에 제출하는 행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처벌은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자기소개서 전부 또는 대부분을 작성한 ‘대필’인 경우에만 한하기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경우 처벌 여부를 판단하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