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사외이사 실효성' 지적…보험권 지배구조 이슈 재점화되나
DB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사회의 운영과 관련한 경영유의 사항을 통보받았다. 이사회 구성상 사외이사의 적극적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그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DB손해보험에 경영유의 6건과 개선사항 18건을 통보했다. 전반적인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회 운영과 관련된 사항이다.
공시된 바에 따르면 DB손보는 검사대상기간 중 선임사외이사가 사외이사회를 한 차례도 소집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결시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례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또 DB손보는 이사회 규정 등 관련 내규에서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의 소집을 회의 개최 1일 전에 통보하도록 하면서, 회의자료 송부 기한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이사회 등이 안건을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회사는 검사대상기간 중 선임사외이사가 사외이사회를 소집한 사례가 없고, 이사회 의결시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등, 사외이사의 업무수행 실적과 역할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의 개최 전 회의자료 송부 및 소집 일자 통지 등에 충분한 기간을 부여해 이사회 등에서 안건 논의가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회의 소집 절차 마련과 사무지원 체계 정비 등, 사외이사 역할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DB손보 관계자는 "최근 올라온 경영유의 공시는 과거에 있었던 건으로 대부분 시정이 완료됐다"며 "이사회와 관련해선 경영진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에 대한 자체적 소집 청구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개정이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다. 앞선 사례를 살펴봤을 때, 금융당국은 단순한 절차 마련 등을 넘어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실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앞서 유사한 사유로 메리츠화재에도 경영유의를 통보한 바 있다. 선임사외이사가 사외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나아가 DB손보의 이사회 구성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쉽지 않은 구조로 평가된다.
현재 DB손보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의 이사로 구성 돼 있다. 상대적으로 사내이사의 비중이 높은 구성이다.
이사회 의장은 김정남 부회장, 선임사외이사는 정채웅 사외이사가 각각 담당하고 있으며, 정 사외이사는 기존 선임사외이사를 담당하던 최정호 사외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올해 3월 새롭게 선임됐다.
DB손보는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경영환경 및 제도변화 등에 적시대응을 위해 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 등을 갖춘 김정남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며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건전성을 제고하고자 보험·금융업에 대한 풍부한 감독행정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한 정채웅 사외이사를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 부회장이 비교적 최근까지 DB손보의 대표이사를 지냈고, 사측 인사에 해당하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의 독립성 우려는 존재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역시 "DB손보의 경우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로서, 효율적인 경영진 견제 기능 제고를 위한 선임사외이사 등 사외이사의 적극적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쪽에선 보험업권의 지배구조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업계 전반에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겸직 해소 흐름이 일며 지배구조 이슈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금융당국을 통해 사외이사의 실효성 문제가 언급되면서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여전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역시 DB손보와 마찬가지로 선임사외이사를 두고 있으나, 금번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업무 실적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같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