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LG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하마평 단골'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둔 만큼, '실적 개선'만 놓고 봤을 때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올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ESG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철동 사장의 리더십에는 큰 오점이 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불과 1년 사이 2300여명이 회사를 떠날 정도의 혹독한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중 2026년 정기 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단 재편 여부다. LG그룹은 2023년 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권봉석·신학철 2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유력 승진 후보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거론된다. 정 사장은 2023년 말부터 매해 유력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2023년 말 LG디스플레이에 투입됐다. 이후 LCD 사업을 정리하고, 연중 구조조정을 지속했다. 그 결과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6조9570억원의 매출과 43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수치다.
다만 이같은 성과를 올리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며 고강도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올해 역시 LG이노텍으로의 일부 인력 파견과 '재충전 휴직' 제도 등을 시행하며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국내 직원 수는 2만50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만7352명과 비교해 2295명 감소한 규모다. 정 사장의 취임 당시였던 2023년 말 2만7791명과 비교해선 2734명이 축소됐다.
불과 2년 사이 전체 국내 직원의 10% 가량이 회사를 떠나는 다른 의미의 '정철동 매직'이 행해진 셈이다.
해당 기간 희망퇴직 인원이 반영된 총 이직률이 치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발적 이직보단 구조조정에 따른 이직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임직원 이직률은 2023년 6.9%에서 2024년 10.5%까지 3.6%포인트 증가한 반면 자발적 이직률은 3.1%에서 2.4%로 0.7%포인트 낮아졌다. 30세 미만 이직률은 4%포인트 늘어난 18.9%, 30세 이상 이직률은 4.3%포인트 증가한 9.4%다.
LG디스플레이는 4분기에도 추가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참고로 원가 혁신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인력구조 효율화 활동도 4분기 중 추가 실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 규모는 미리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3분기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분기 인력구조 효율화 활동에 따라 발생한 일회성비용은 약 4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구조조정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은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자 선택"이라면서도 "많은 직원들이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상황에 경영진과 리더만 승승장구하는 그림이 보기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부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정철동 사장과 달리 LG전자의 체질개선을 이루는 등 전략적 리더십이 빛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지속적으로 B2B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졌다.
실제로 현재 세계 10대 완성차업체(OEM) 중 8곳이 LG의 차량용 전자장치 및 부품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앞서 7월에는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가 2030년 HVAC(냉난방공조) 사업 매출 목표를 20조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AI 기반 데이터 센터 시대에 지능형 냉난방 솔루션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에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이러한 경영전략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ES사업본부도 매출 2조1672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인도법인 상장도 성공적이었다. LG전자는 지난달 인도 증시에 상장하며 1조8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르면 내주 LG그룹의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