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삼석 한진 사장./ 사진 = 한진
노삼석 한진 사장./ 사진 = 한진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노삼석 한진 대표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노 대표가 취임 당시 내세운 비전 2025의 핵심 목표들이 기대 만큼 진척되지 못하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으며 2022년 1월부터 단독대표를 맡아온 노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노 대표는 취임 직후 ▲글로벌 역량 강화 ▲고객가치 극대화 ▲ESG 경영 강화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 등 4대 전략을 포함한 비전 2025를 공식화하고 올해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진의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글로벌사업 매출은 5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20%대를 넘지 못했다.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의 10%대에 불과했다. 글로벌 확대의 속도가 기대보다 더딘 셈이다. 

ESG 경영 역시 삐걱거렸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올해 한진의 등급(지난해 성과 기반으로 평가)은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B+로 통합 A를 받았다. 특히 2023년부터 꾸준히 A를 유지해온 지배구조(G)가 한 단계 떨어진 점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한진은 오너일가의 편법적 지분 확보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에 휩쌓인 바 있다. 이후 회사가 전환사채(CB) 소각을 발표하며 일단락됐지만, 향후 ESG 등급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더욱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 성과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디지털플랫폼사업부를 운영하며 원클릭택배, 원클릭글로벌, 훗타운, 디지털이지오더, 슬로우레시피, 숲 등 여러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으나 관련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실질적 성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타법인 출자 실적 역시 하락세다. 한진은 40~50여 개 기업에 출자하고 있지만 올해 반기 기준 해당 출자법인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2조5286억원으로, 노 대표 취임 전인 2021년의 4조6441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장부가액은 5421억원에서 5422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올 3분기 실적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3분기 연결 매출은 7993억원으로 5.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했다. CJ대한통운이 같은 기간 매출·영업이익 모두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7일 배송'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로 인한 일회성 비용, 판관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택배 부문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택배사업 매출은 1조106억원으로 전년(1조151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7일 배송을 하다 보니 특정사로 물량이 몰리지 않는다"며 "일요일과 월요일 물량이 계속 적어 개선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고 업계 전체가 사실상 제로섬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그룹 차원의 장기 전략인 비전 2045를 내놓은 가운데 노 대표가 향후 전략을 어떻게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비전 2025 목표 이행 부진 속에서 노 대표가 연임을 통해 변화의 동력을 재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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