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대대적인 범농협 인사 혁신을 예고하면서, 임기를 남겨둔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경우 금융사고·실적 하락·노조 갈등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어 '쇄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농협중앙회는 연일 강도 높은 쇄신책을 꺼내들며 신뢰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0일 발표한 '범농협 임원 인적 쇄신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성과·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을 교체하겠다는 것이 골자로, 적용 대상은 중앙회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상근 임원과 집행간부다.
여기에 지난 12일에는 그 후속 방안으로 대표이사·임원·집행간부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내용의 고강도 인적 쇄신안이 추가로 발표됐다. 이에 각 농협계열사 수장도 임기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거론된다. 강 행장은 올해 1월 농협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2026년 12월 말까지다.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단계지만 당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취임과 함께 내세웠던 '금융사고 제로화'가 무산된 데 더해, 실적 하락, 노사 갈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강 행장은 취임식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실천 서약식을 열고 "업무 재설계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농협은행에서 총 8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시제금 횡령 2건 ▲외부인에 의한 사기 3건 ▲사기 1건 ▲사적금대차 2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19건)과 비교해선 줄었으나 ▲2020년(6건) ▲2021년(4건) ▲2022년(1건) ▲2023년(6건) 대비로는 증가한 수준이다.
실적도 한걸음 후퇴했다. 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79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561억원) 대비 4.6% 하락했다. 3분기 개별 기준으론 전년 동기(6335억원)와 비교해 38.2% 급락한 3917억원이다.
누적 기준 농지비가 18.4% 증가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으나, 이자이익이 5조7706억원에서 5조5088억원으로 4.5% 감소한 점이 보다 크게 작용했다.
최근엔 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지며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앞서 농협은행은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곳 중 32곳의 업무를 변경하고, 16개 조직을 폐쇄·격하시키는 내용의 대규모 조직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유사·중복업무 통합 ▲디지털 플랫폼 조직 재편 ▲기업금융 활성화 전담조직 신설 ▲외환마케팅 조직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농협은행 노조는 "조직 개편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할 사항임에도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청회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에 노동조합에 통보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편안에 동의하는 응답은 19%에 그쳤으며, 강 행장의 경영 평가를 직원들이 받는 인사 고과 방식으로 응답해달라는 문항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단 9%에 불과했다.
더욱이 농협은행 노조 등에 따르면 이같은 개편안은 사실상 철회된 상태로, 리더십만 약화되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강 행장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마주한 가운데, 범농협 차원의 쇄신 과정에서 남아있는 약 1년의 임기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