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살이의 중요한 열쇠 중 하나라고 하면 정말 문자 그대로의 '열쇠'다. 

한국에서야 열쇠라고 하면 실생활에서 보다는 게임아이템으로 가치가 더 높은 듯 하지만, 이곳 독일에서는 이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도구가 실생활에서도 아직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있다. 

디지털 도어락을 거의 볼 수 없는 독일의 일반 현관문은 한번 닫히면 바깥에서는 문을 열지 못하는 호텔 문 같은 구조로 되어있는데 이 때문에 싱글족은 집을 나설때마다 일기예보, 발화 위험요소 제거와 더불어 내손에 제대로 열쇠가 있는지 눈과 손으로 이중 확인을 해야 한다. 

집을 나서기 전 체크리스트 중 열쇠에 관해서는 동거인이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는 안전 장치적 요소에 있어 차이가 있다. 동거인이 있으면 동거인이 열쇠를 들고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면 금전적인 추가 비용 없이 집에 들어와 눈앞에 그리던 열쇠를 다시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혼자 사는 경우라면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스페어 키를 맡겨 친구에게 열쇠를 건너 받을 수 있는 슬기롭고 인위적인 안전장치를 추가 할 수도 있지만, 혼자 살고 있으며 집 주인의 사정으로 인해 열쇠를 하나만 받았고 친구가 근처에 없는 경우에는 고독하게 오롯이 모든 위험부담을 안고 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열쇠를 집안에 두고 나온 경우에도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개인의 자본력과 자본주의의 편의성 높은 서비스인 출장 열쇠로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리비와 출장비를 합쳐 200-300유로 (한화 약 25-35만원)가 책정되는데 이 불상사가 주말에 발생할 경우 특히 야간에 일어났을 시 각각의 수당이 더해진 두둑한 청구서를 받아보게 된다. 이로 인해  수신인은 마치 실제로 깜짝 이벤트를 받은 것처럼 심장 박동이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심각한 일은 열쇠를 분실할 경우인데 여기에는 상당히 고가의 인생 수업료가 요구된다.

독일의 일반적인 공동건물의 경우, 열쇠 하나로 건물의 공동 현관문과 개별 현관문을 열수 있는데 이 열쇠에는 고유번호가 있어 집주인 동의 없이 세입자가 임의로 열쇠 복사가 불가능 하다. 감이 오셨는가. 이 열쇠를 분실하게되면 세입자의 개별 현관문 뿐만아니라 공동 현관문 열쇠를 교체 해야 한다. 이는 건물내 세대별 열쇠까지 모두 교체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인데, 건물 내의 세대 수가 많을 수록 교체할 열쇠 수가 늘어나니 커다란 기숙사의 열쇠를 분실 했다고 생각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게 된다.

사례별 가격 차이가 큰 터라 정확히 어느정도라 말하기 어려우나, 책임보험에서 보장해주는 열쇠 분실시 보상금액은 천만 원 단위를 훌쩍 넘으니 하나의 열쇠 분실이 일으킬수 있는 재정적 피해가 어느정도 인지 짐작 하셨으리라. 

책임 보험은 들었지만 열쇠가 한개 밖에 없는 나는 독일 생활 초기에 그렇게도 낯설던 열쇠챙기기에 익숙해졌다. 하루에도 몇번씩 가방에 손을 넣어 열쇠를 확인하며 독일의 아날로그적 세계에서 홀로 서는 방법에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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