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혼자 사는 삶의 형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흔히 사용하는 1인가구는 법률용어이면서 통계용어이기도 하다. 건강가정기본법 3조 2의2에서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를 1인가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근거하여 1인가구 통계를 산출한다. 좀 무미건조해 보이는 법적 통계용어를 벗어나면 ‘싱글ㆍ솔로, 독신, 미혼, 비혼, 나홀로족, 독거’ 등을 접하게 된다. 

1990년부터 2020년 3월초까지 한국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혼자 사는 삶’ 관련 수십만 개의 기사를 보면 일정한 흐름이 있다. 빅카인즈 뉴스 검색(https://www.bigkinds.or.kr/v2/news/search.do)을 통해 그 경향을 살펴 보았다.  

먼저, 통계용어로서 ‘1인가구’는 비교적 가치중립적 표현이다. 긍정적ㆍ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포함한다. 2015년 이후 1인가구가 전체 가구 형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지면서 1인가구의 삶 그 자체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많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반면, 고령화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나홀로족으로서 청년의 삶과 고령화, 고독사 앞에 놓인 노인의 삶 모두와 1인가구는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1인가구와 비중있는 연관어는 ‘통계청, 보고서, 정책토론회, 인구주택총조사’ 등이다. 

「결혼은 구속… 화려한 싱글이 낫다.」는 표현이 있다. 싱글ㆍ솔로의 자유로운 삶의 표현이다. 「엄마는 밤에, 싱글은 점심시간에…신선식품 주문시간 확 갈리네」(중앙일보 2019년 8월 31일)라는 기사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싱글은 결혼과 가족관계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결혼관계로부터 다시 자유로워진 ‘돌싱(돌아온 싱글)’도 있다. 기사에서도 「신선식품 새벽배송 이용 고객을 싱글과 신혼, 영유아 자녀 가족, 청소년자녀 가족, 성인자녀 가족, 실버 등 6개 가족 형태로 분류」 했다. 

「빅카인즈 뉴스ㆍ기사 검색(https://www.bigkinds.or.kr/v2/news/search.do), 1인가구, 2020년 3월 2일 내려받음」을 토대로 재구성.

 

여기에서 흥미로운 표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싱글ㆍ솔로는 결혼에서 비껴난 모든 관계에 적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노인 싱글ㆍ솔로는 없다. 다만 「실버」가 있을 뿐이다. 싱글ㆍ솔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의 삶이다. 혼인관계에서 자유로운 삶일지라도 나이 든 사람에게 싱글ㆍ솔로의 지위(?)를 한국사회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싱글ㆍ솔로 이전에 「독신(獨身)」 표현을 많이 했다. 싱글ㆍ솔로의 한국어 버전인 셈이다. 독신 자체가 기혼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한국 대중이 싱글ㆍ솔로를 비교적 자유로운 이미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독신은 결혼하지 않음 그 자체로 인하여 나오는 부정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저 독신입니다.”라는 표현은 잘 하지 않는다. “저 싱글입니다.”라는 표현을 한다. 어느덧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서 「싱글ㆍ솔로」와 어쩔 수 없는 상태로서 「독신」이 대비되는 상황이다. 영어 사대주의의 결과인가?

미혼과 비혼을 둘러싼 개념 논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전통에서 비혼은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未婚)만이 있었을 뿐이다. 결혼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인생의 관문이었다. 그러나 비혼(非婚)은 ‘결혼의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는 개념이다. 해야 하는데 아직 안한 결혼(미혼)이 아니라, 안해도 되는 선택으로서 결혼의 의미를 비혼은 전하고 있다. 비혼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대중매체에서 비혼 표현이 등장한 것도 1990년대 말이다. 국가통계에서도 ‘비혼’ 용어를 사용한 지 10년이 채 안됐다. 그리고 여전히 미혼을 통계조사에서 주로 적용하고 있다.

싱글ㆍ솔로, 미혼과 비혼이 결혼 여부를 중심에 둔 개념이라고 한다면, 「나홀로족」은 생활  양상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혼자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홀로족」 용어가 언론매체에 등장했는데, 혼자 살면서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집단을 가리켰다. 1990년대 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나홀로 여행」으로서 배낭여행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나홀로족」의 연관어는 대체로 ‘라이프스타일, 간편식, 혼밥, 혼술, 스포슈머, 소비자, 글로벌컨슈머, 가격대비 품질’ 등 소비를 중심으로 한 자유로운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싱글과 「나홀로족」이 될 수 없는 독거(노인)가 있다. 1인가구, 혼자 사는 삶으로서 독거노인의 삶이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독거’를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청년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사는 독거청년」이라는 표현은 이미 나온지 몇 년 되었다. 그러나 아직 독거의 삶은 노인에게 향하고 있다. 독거 즉 ‘한 명이 있는 거처’와의 연관어로서 청년은 없다. 노인들이 있을 뿐이다. 독거노인들에게 김장김치와 밑반찬, 후원금 전달이 있다. 「싱글ㆍ솔로, 독신, 미혼ㆍ비혼, 나홀로」와 확연히 차이나는 불안과 소외의 삶을 독거(노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1인가구, 싱글ㆍ솔로, 독신, 미혼ㆍ비혼, 나홀로, 독거」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영화는 현실 뿐 아니라 추구하는 이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영화 장르나 제작 목표에 따라 현실을 찾고 이상을 분리해내야 한다. 무수히 많은 영화가 우리 주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혼자 사는 삶’은 어떤 유형의 삶일까? 1인가구의 삶일까? 싱글ㆍ솔로의 삶일까? ‘나홀로’ 혹은 ‘독거’의 삶일까? 다음 글부터 영화 속 여행을 떠나가 보기로 하자.

[필자소개] 약력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 교수 
-서울대학교(문학사, 문학석사)
- Universitaet Triel(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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