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재)숲과나눔 연구원 

우리나라는 최근 1인 가구가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가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9.7%를 홀로 취사와 거주를 꾸려나가는 1인 가구가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는 전통적으로 가구의 주요 구성 형태라고 여겨졌던 부부로 이루어진 가구 비율(16.25%)을 훌쩍 뛰어넘는 비율이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일상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풍경도 바뀌었다. 일단 편의점에 가면 혼자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부분이 한 번에, 혼자,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식당을 가도 요즘은 혼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석 마련이 필수다. 아예 1인 전용 식당이라고 팻말을 걸어놓은 식당들도 등장했다. 혼영, 혼밥, 혼술, 혼행 등 혼자 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들은 이미 유행이 된지 오래다. TV에서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장수하고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도 앞다투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시를 필두로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이 발표되고 각 지자체 별로 1인 가구 프로그램 마련이 한창이다. 서울시는 ‘다양한 소통과 사회적 관계망 확대로 활기찬 일상 유지’, ‘상호 나눔과 돌봄으로 사회적 고립 예방’, ‘안전하고 자립적인 삶의 지원 및 사회적 존중인식 확산’이라는 3대 목표를 설정하고 올해부터 서울시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 내 1인 가구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지원 정책 및 제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구마다 자체적으로 이루어졌던 1인 가구 서비스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지원,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강화된다. 성남, 부산, 대전, 세종시 등도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1인 가구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세’가 된 1인 가구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필요를 요구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정확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홀로 사는 사람은 뭔가 문제나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거나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왔다. 실제 과거 홀로 사는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집단은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살아가는 고령자 집단이었다. 이들에 주목하였던 분야는 사회복지영역으로, 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한 사회계층인 빈곤한 독거노인의 식사, 주거, 안전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전달해 왔다.     

이에 비해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1인 가구는 ‘젊은 1인 가구’이다. 미혼 및 만혼의 증가로 결혼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싱글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자유로운 경향이 강하며, 작지만 순간에 확실한 만족감을 주는 ‘소확행’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기업들은 이들의 분명한 구매특성과 높은 구매력에 주목한다. 국내 간편식(HMR) 시장은 홀로 사는 젊은 직장인들을 겨냥한 소용량, 소포장 상품의 출시로 2010년 7,747억원에서 2014년 1조 8천 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1인 가구 고객’이라는 ‘황금알’을 잡기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안전 및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법조계에서는 치안과 법질서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여성 1인 가구’를 주목한다. 최근 여성 1인 가구의 증가와 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이를 겨냥한 범죄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관악구나 강남구 등 자치구들은 모두 여성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구들이다.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여성안심택배보관함 등의 제도들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늘어나는 1인 가구 대상 범죄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보건의료분야 역시 1인 가구의 등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구들은 ‘혼술’, ‘혼밥’ 등 홀로 영위하는 식생활 패턴이 낳을 건강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혼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경우 영양불균형과 비만을 포함한 대사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홀로 사는 인구집단의 급격한 증가라는 현상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1인 가구를 향한 사회 각 영역의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선이 혼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1인 가구의 다양한 모습은 ‘홀로 사는 가구’라는 공통분모(umbrella) 속에 아주 다양한 이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 혹은 소규모 집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자면, ‘홀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으로 진입한다는 공통점을 갖는 동시에 이전에 각자가 가지고 있던 고유성을 일정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1인 가구라는 큰 우산은 지금도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점점 더 사회의 주류집단으로 진입해 가고 있다. 과거에는 ‘비주류’의 전형이었다면 최근에는 점점 더 ‘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를 자주적으로 내고 있다. 1인 가구 영화제가 열리고 1인 가구 서적 및 문화공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에서는 홀로 사는 싱글들을 위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와 정당들이 생겨났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멀지 않은 듯 보인다.

반면에 이들은 서로 다르다. 삶을 살아가고 다양한 문제에 대처해가는 방식도 각각 다 다르다. 이들 중에는 과거에도 여전히 존재했던 1인 가구와 새롭게 등장한 1인 가구들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과거 동일하다고 여겨졌던 집단들 안에서도 다양성과 이질성이 커지고 있다.

예전의 독거 노인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독거노인이 아니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독거 어르신과 기업의 최우수 ‘수퍼-수퍼-고객’ 노인의 격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1인 가구의 건강 특성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최근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건강수준은 2인 이상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다인가구의 건강수준보다 유의미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그 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1인 가구의 건강 평균이 다인 가구보다 낮지만 1인 가구 집단 내에서의 개인 간의 건강 수준의 격차는 다인 가구 내에서의 건강 격차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즉, 1인 가구 중에서는 매우 건강한 사람과 건강이 아주 나쁜 사람들이 많다. 평균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1인 가구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며, 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홀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생기는 외로움과 같은 공통적인 문제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각 집단들의 고유한 모습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각 개인과 집단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맞춤형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 홀로 사는 사람들의 증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하는 입장과 부정적인 측면을 직시하는 입장을 균형있게 모두 가져야 한다.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넓고, 또 촘촘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1인 가구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선을 함께 만들어가 보자.

[필자소개]

서울대학교에서 1인 가구의 건강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재단법인 숲과나눔에서 1인 가구의 건강 및 환경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아름 복지회의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독거노인 및 미혼 청년·중장년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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