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아니 강제감금 17일째. 프랑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일 하루동안에만 역대 최다인 509명의 환자들이 사망하면서 사망자 총 4032명, 확진자 총 5만6989명을 기록했다.

수도 파리가 포함된 일 드 프랑스 지역의 상황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파리 병실은 이미 포화 상태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들을 다른 지방으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랑스 정부에서는 일찌감치 이동금지령을 15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파리는 서울의 약 5분의 1크기 정도이다. 예술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 그리고 사랑의 도시, 낭만적인 이 도시가 가진 이미지와 수도가 가진 편리성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싶어 하는 꿈의 도시이다.

하지만 주택난이 정말 심각하다. 건물의 높이는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아파트나 빌딩과 같은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어서 수요 감당에 한계가 있다. 집값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비싼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자연스럽게 거주 공간의 크기도 작을 수 밖에 없는데 1인 가구가 많은 파리에는 스튜디오 형식의 아담한 아파트가 많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리지앙의 22%가 30m2 이하, 10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집을 구하기 더욱 어려운 나같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많은 프랑스 사람들 역시 파리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동금지 연장이 발표되자 이곳 나홀로족의 시름은 더 커졌다. 한 파리지앤느가 해당 기사의 댓글에 ‘14m2 되는 공간에서 어떻게 더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자 다른 파리지앙은 ‘우리집은 10m2다. 함께 이겨내자’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평소엔 친구들을 만나고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문제가 안됐지만 이제는 집 안에만 갇혀있어야 한다’며 걱정했다. 또다른 이는 ‘햇빛도 들지 않는 집에서 한달 감금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 가상 현실의 댓글에 불과하지만 좁은 공간에 갇힌 이러한 상황에 처해진 당사자가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됐다.

아울러 프랑스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았다. 바로 매일 저녁 8시 창문에 나와 박수를 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담고있다. 이동제한령 초기부터 시작된 박수치기는 프랑스 뿐 아니라 이동이 제한된 유럽 전역에서 실행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함께 극복하자는 연대의식인 것이다.

이 모든 위로가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4월 15일까지 계속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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