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숲과 나눔 연구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국민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의무화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국민행동지침’에 따르면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1. 외출, 모임, 외식, 행사, 여행 등 모두 연기 또는 취소하기, 2.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충분히 휴식하기, 3.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을 제외한 외출 자제하기, 4. 악수 등 신체접촉 피하고 2미터 건강거리 두기, 5.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위생수칙 준수하기, 6.매일 주변 환경을 소독하고 환기시키기 생활화가 권고된다. 

이렇게 모임을 피하고 퇴근 후 즉시 집에 가며, 사람 간 2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생활이 의무화되면서 ‘홀로 먹고 놀고 일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도 의심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스스로를 격리(자가격리) 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꾹 참고 실천해야겠지만 문제는 이것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을 빠르게 개인화시키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피하게 함으로써 일각에서는 소비행태, 여가문화, 의료기술 및 산업의 변화 등 10년에 걸쳐 이뤄질 사회변화가 코로나로 인해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핵심에는 급격한 홀로 생활, 즉 개인화 경향이 있다. 자의로 ‘혼자 생활하기’를 훈련하든지, 타의로 하든지 간에 ‘사회 구성원의 1인 가구화(化)’는 앞으로도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쯤 되면 항상 함께 놀고, 누군가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회식과 모임을 통해 여가를 채웠던 사람들은 당황스럽다. 혼자하려니 불편한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소비생활이다. 바깥출입이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마트도 가기 겁난다.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의 똑똑한 소비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1인 소비생활’을 일찍이 체험한 1인 가구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주요 주체는 1인 가구다.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처분소득 비율이 높으며, 1인당 지출 규모가 2인 이상으로 구성된 다인가구보다 높은 편이어서 사회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직접적이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전문가들은 홀로 하는 소비활동을 의미하는 일코노미(1+economy)소비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200조원 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소비는 편리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 식사할 때는 직접 취사하기보다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점 등 매식을 이용하는 편이며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음식 등을 자주 이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즉석조리 및 편의식품의 생산실적은 3조 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최근 모기업의 소비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간편식(HMR) 시장은 소포장 소용량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2010년 7,747억원에서 4년 만에 1조 8천억원 규모로 성장하였다. 최근 모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회용 액체세제를 개당 100원에 판매해 10일 만에 1만개 완판했다. 한 모짜리 두부를 4분의 1로 잘라 내놓은 4분의 1모 두부는 매출 급신장을 달성했다. 모 대형마트에서는 ‘채소손질코너’를 만들어 카레용 채소나 매운탕용 채소 등 용도에 맞게 주문하면 1인용으로 즉석에서 손질을 해주면서 히트를 쳤다.

편리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욕구를 겨냥한 기업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식사를 위한 소비 외에도 소용량, 소포장, 소형제품에 대한 구매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1인 가구들을 인터뷰 하다 보면 한결같은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처음에는 편의에 따라 소비했는데 편리성만 중시하다보면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는 것이다. 자칫 일회용과 배달 음식에 치중하다 건강을 잃기도 하고 늘어나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젊은 여성 1인 가구라면 택배를 이용할 때의 막연한 불안감을 한번 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최근 일부 1인 가구들은 변하고 있다. 좀 더 건강하고 시스템적으로 안전하고 투명한 소비방식을 찾아 자신에 맞게 정착시킨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착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연령대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소비경향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똑똑한 소비를 위한 적극적 노력은 특히 1인 가구로 생활한 기간이 길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1인 가구로 지내다 보면 아팠던 경험을 한 번씩 한다. 홀로 아파 본 사람들은 ‘내 건강은 내가 챙기자’는 신조를 갖게 된다고 한다. 

건강한 식품, 건강한 소재를 찾고 투명한 유통과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을 선호한다.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제품의 제작과정과 유통과정 공개, 적정기술 공유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시장 ‘마르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1인 가구들은 재미와 가치라는 유익을 바탕으로 서로를 격려한다. 쓰레기 줄이기가 의무가 아닌 취미라는 의미로 이름이 ‘쓰레기 덕후’(줄여서 쓰덕)라고 지어진 모임에는 1인 가구들이 유난히 많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팁을 공유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귀찮고 어려운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그들의 연대의식은 꽤 끈끈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칭찬하며 더욱 친환경 소비를 하도록 자극한다. ‘홀로’ 생활하지만 또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

건강한 소비, 착한 소비를 위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1인 가구들도 많다. 배민이나 마켓컬리 등의 업체에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중지할 것을 건의하는 것은 물론,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사용한 업체에 대해 칭찬 댓글이나 후기를 다는 등의 행동을 실천해서 공급자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낸다.

이제 1인 가구는 소비의 주체로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끌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피할 수 없다면 이번 기회에 1인 가구의 슬기로운 소비생활로부터 배우면 어떨까. 

사진= 1인 가구들의 착한 소비의 실험장소 ‘마르쉐’
사진= 1인 가구들의 착한 소비의 실험장소 ‘마르쉐’

[필자소개]

서울대학교에서 1인 가구의 건강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재단법인 숲과나눔에서 1인 가구의 건강 및 환경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아름 복지회의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독거노인 및 미혼 청년·중장년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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