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세계 최초 피겨 플루티스트 윤수연을 만난 것은 토요일 아침 어느 강연에서다.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셀카로 찍었던 동영상 한 편을 보여줬다. 

지난 여름 그랜드하얏트호텔 야외수영장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야외수영장이 겨울이면 실외 아이스링크장으로 변신을 한다고 했다. 그 영상에서 그녀는 그해 겨울 이 아이스링크장에서 반드시 플루트 공연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의 바람이 이뤄져서 지금 찍고 있는 이 동영상을 어디에선가 사람들에게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동영상 촬영을 마무리했다.

얼마 후, 전주에 사는 그녀는 상갓집 조문을 위해 서울에 있는 장례식장에 차를 몰고 가다가 문득 차창 너머로 하얏트호텔을 보게 됐다.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갑자기 차의 방향을 하얏트 호텔로 돌렸다. 사전 예약도 없이 들어갔다. 잡상인 취급을 받고 쫓겨날 각오를 하고 호텔 담당자를 찾아가서 피겨 플루트 공연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무대포(?)로 찾아온 그녀의 용기가 가상해서였을까, 결국 그녀는 그해 연말 호텔 아이스링크장에서 정식으로 공연을 하게 됐다

그녀는 세계 최초 피겨 플루티스트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개척자다. 하지만 그녀가 피겨를 배운 것은 40대 초반이었다. 그 나이에 어떻게 피겨를 배우려고 하느냐, 다치면 뼈도 잘 안 붙는 나이라며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만류했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세계 최초로 빙판 위에서 피겨를 타며 플루트를 부는 사람이 됐다. 

그녀는 말하는 대로, 선언하는 대로, 촬영한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럴 수 있는 비결은 그녀의 열정이었다. 그녀의 폭발할 듯한 열정은 강의 내내 숨길 없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Yeoney'(여니)라는 영어 이름도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열정이 궁금했다. 그녀에게 '어떻게 그렇게 열정이 넘칠 수 있냐'는 질문을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제 열정의 끝을 보고 싶어요!"

문득 사막 레이서로 유명한 김경수 씨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막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한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사막이 필요하다.“

김경수 씨는 자기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사막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모래바람에 날려 모두 사라진 그 광대한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고 했다. 

여니 윤수연에게 얼음 가루가 휘날리는 빙판은 그녀만의 사막은 아니었을까?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오는 6월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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