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칼럼] 지역이 1인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 「선생 김봉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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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칼럼] 지역이 1인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 「선생 김봉두」
  • 정재훈
  • 승인 2020.09.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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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선생 김봉두」는 2003년 개봉한 영화이다. 당시 240만 명 정도가 극장을 찾았다고 하니 흥행에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름이 상징하듯 김봉두(차승원)는 “어쩔 수 없이 받는 돈봉투”를 기준으로 학생을 대하는 교사다. 2000년대 초라면 이런 교사가 ‘일부’에 불과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아예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필자의 초등학교(국민학교) 담임 선생님들은 모두 돈봉투를 받았다. 그것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받으셨던 기억이다. 아버지 사업이 잘 안되어 엄마가 봉투를 제대로 줄 수 없었던 5~6학년 때에는 “너같은 놈은 나중에 크면 똥지게를 지는 것 밖에 못할 것이다.”라는 소리도 담임선생에게 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 그쪽 방향을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다. 

2003년은 이른바 ‘촌지’가 그래도 문제가 되기 시작한 시절이라서 봉두는 폐교 직전 외딴 지역 학교로 밀려간다. 오늘날 표현으로 「소멸위험 지역」으로 가는 청년이 된 셈이다. “여성을 아이 낳는 존재로만 규정한다.”는 점에서 논쟁적 개념이기도 한 「소멸위험지수」가 있다. 20~39세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 간 인구 비율이다. 지수가 1.5 이상이면 노인인구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인구가 1.5배 많기 때문에 인구 감소로 인하여 지역소멸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반면 청년인구의 농산어촌 이탈로 인하여 극심하게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수 0.5 이하의 수많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 있다. 이런 지역에서 현재 청년인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하여 사업을 필사적(?)으로 시도하는 상황이다. 출산장려금처럼 또 많은 돈을 청년들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러 지자체의 경쟁적 노력의 결과 ‘도회지 청년들’이 움직일까? 

어쩔 수 없이 외딴 지역 분교로 온 김봉두는 서울로 다시 돌아가기 위하여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혼자 화투놀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지루한 시간’을 시작한다. 영화는 이 ‘가장 지루한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주체는 김봉두가 아니다. 마을(사람들)이다. 

양담배를 찾는 김봉두에게 “선생은 양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믿는 최노인은 물세례를 퍼붓는다. 그러나 문맹이었던 최노인은 “나한테 글 좀 가르쳐 주면 안되겠나?” 하면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연다. 평생 자신이 거부했던 ‘양담배’를 대가로 내놓는다. 자신이 한글을 가르쳐준 덕에 최노인이 3년 이상 쌓아 놓기만 했던 편지를 읽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 김봉두는 새로운 의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견한다. 서울에서는 촌지선생이었지만 김봉두는 최노인에게 ‘진짜 멋있는 선생’이 된다. 최노인과 김봉두는 노인과 청년이 한 마을에서 살 수 있는 상징이다. 혼삶노인은 마음을 열었고 혼삶청년은 배움을 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김봉두의 마음을 돌이킨 것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존재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서울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우리를 가르치니까 선생님이 힘드신 거야.”라면서 무조건적 포용을 하였다. 도시에서 전학 온 아이 부모가 깨워준 촌지 본능을 다시 잠재운 것도 선생 김봉두를 그 모습 그대로 학교에 잡아두고 싶었던 아이들의 무조건적 소망이었다.  

혼자 먹던 라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잔머리’를 굴린 김봉두에게 마을 주민들은 성대한 학교급식으로 반응하였다. 길에 물호스를 놓는 문제를 놓고 싸우는 주민들에게 제시한 간단한 해결책도 도회지에서 온 ‘똑똑한 선생님’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에서 술주정하던 모습이 그대로 나와도, 그 모습 그대로 ‘존경하는 선생님’의 유쾌함으로 받아들인다. 

혼자 살던 김봉두에게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었다. 새로운 가족들 앞에서 김봉두는 봉투교사가 아니라 참교사가 되었다.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던 아버지의 죽음은 아이들과 마을사람들을 김봉두에게 ‘사회적 가족’으로 완성시켜준다.

사업이나 현금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이 ‘열린사회’가 되고 사회적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많은 청년들이 혼자서라도 지역으로 찾아갈 것이다.

다만, 2003년에 만든 영화에서 나온 현실이 아직까지도 변함없는 수도권 중심 ‘서울공화국’의 모습이 먼저 바뀌는 변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전임 교사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축구하다 쓰러져서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김봉두가 전근을 오게 되었다. 지역과 서울ㆍ수도권 격차는 여전하다. 지역 억양(사투리)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창피하거나 난감해 하는 모습도 변함없다. 지역에서 사회적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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