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세계 최고령 국가’, ‘아시아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이 두 가지 씁쓸한 상황으로 인해 일본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동시에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비자 니즈가 발생한다. 기업은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데, 2019년 선보인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 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유언신탁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유언신탁이란 유언장 작성에서 보관, 사후 상속문제에 이르는 업무를 대행하는 신탁제도이다. 일본에서는 유언장이 없어 상속인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일반인들도 유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유언신탁에 가입하면 신탁회사가 위탁자의 사망시, 유언서 내용대로 유증을 실시하기 때문에 분쟁을 막아줄 수 있다. 실제로 미츠이 스미토모 신탁의 유언신탁 가입자수는 2019년 9월 기준 3만 3천건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1만 3천건 증가하였다. 

이렇듯 사후를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언신탁 계약자의 상당수는 부유층 혹은 70대가 대부분이다.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종활 (終活, 슈카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활동)이나 유언신탁 등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1인 가구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자신의 사망 후 매장, 유품 정리와 같은 필요한 절차를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고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은 2019년 12월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 상품을 개발하였다.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은 은행 직원이1인 가구 고객들과 상담 중 사후를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듣고 개발한 상품이다. 

계약시 계약자는 현금과 함께 은행이 독자적으로 마련한 양식의 ‘엔딩 노트’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하여 맡긴다. 엔딩 노트에는 원하는 장례 혹은 매장 방법, 자신의 PC 및 스마트폰 패스워드, SNS 패스워드, 신용카드 정보 등을 기입한다.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은 당사가 직접 설립한 사단법인을 통해 사망 후 장례 준비, 사망자의 정보 삭제, 가입되어 있는 서비스 해약 등 사후 업무를 처리한다. 이러한 사무적인 작업 뿐만 아니라 계약자가 자신의 사망 소식을 알리겠다고 미리 지정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준다. 심지어 기르던 애완동물을 맡아줄 사람을 찾아주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후에 필요한 장례, 매장, 유품 정리 등을 생전에 미리 준비할 때는 각각의 업무를 별도로 의뢰해야만 하며, 1인 가구의 경우 이러한 비용은 선불로 지불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을 이용하면 필요한 서비스를 미리 알아보러 다니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의 최소 예치 금액은 300만엔 (약 3천 2백만원)이다. 

“사후 사무에 드는 비용은 평균 150만엔 정도. 여기에 사무를 대행하는 사단법인에 대한 보수와 신탁 보수를 고려하면 남는 금액은 100만엔 정도. 이 정도 금액이라면 무리 없이 모든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

2020년 3월에는 엔딩 노트를 디지털화해서 계약자가 언제든 필요하면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상품 출시 초기에는300만엔이라는 목돈을 가입시 일괄적으로 지불해야 했으나 작년부터 목돈이 없는 사람도 가입하기 쉽도록 적립형 상품도 추가하였다. 

은행의 첫 번째 타깃 그룹은 50~60대이다. 이들 중에는 퇴직금을 받은 사람들도 있고 사후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 두 번째 타깃 그룹은 40대 독신 여성이다. 미츠이 스미토모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남성보다 여성이 종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츠이 스미토모 신탁 은행 측은 “40대는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019년 10월에 인터넷 상에서 유언 작성 상담이 가능한 ‘WEB 유언신탁 서비스’를 개시하였는데 30~40대의 신청이 증가하였다. 생각보다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니즈를 확인하였기에 40대 독신 여성에게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은 2020년 1인 가구가 1,934만 세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일본 총 세대수의 약 3분의 1이다. 이 중 62%인 1,200만세대는 65세 이하로 신탁 은행은 1인 가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이들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계약 종료 즉, 계약자가 사망할 때 발생하는 신탁보수는 계약 기간에 따라 높아지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계약하면 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고령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직 많이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고령1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앞으로 개척할 여지가 많은 시장이다.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이들을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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