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오비맥주가 지난 1일 자로 전국에 산재한 40여개 영업점 여성 50여명을 서울 센터에 일괄 배치했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 갑작스럽게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직원이 생겼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바꿔야하는 상황이다. 원치 않는 1인 가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오비맥주 직원은 이 상황을 불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보·전직 처분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부당하다 느끼는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할 수 있다. 구제신청은 전보·전직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또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하려면 그 결정서나 명령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 만약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심판정서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소송대상으로 해 그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부당전보·전직구제재심판정취소등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노동위원회법 제26조, 제27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이와 관련한 판례는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며 전보·전직의 한계를 넘는 경우 이를 무효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0다12366 판결, 1991. 10. 25. 선고 90다20428 판결,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보·전직의 한계다. 크게 근로계약에 의한 제한, 법령의 제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의한 제한, 신의칙(信義則)에 의한 제한이 있다. 

근로계약에 의한 제한은 근로계약서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전보나 전직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4 판결). 판례를 보면 구미시 소재 회사 생산부소속 보일러공으로 근무해 온 근로자를 서울출장소 영업소 사원으로 전보한 건이 있다. 이 사건은 중대한 근로조건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대법원 1994. 2. 28. 선고 92다893 판결).

법령의 제한에 관한 예로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해 차별적인 전보를 하거나 같은 법 제104조 제2항 소정의 고용노동부장관 또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통고를 이유로 하여 전보를 하는 것이다.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 할 수 없어 무효다.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배치전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도 불복 가능성이 있다. 전보·전직 제한을 받으나 그 제한을 위반한 전보나 전직이 당연무효인가의 여부는 그 제한규정의 취지를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칙(信義則)에 의한 제한에 관해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소 복잡하다. 

판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해 결정되어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누18345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또 다른 판례는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따라서 단순히 타 지역으로 전보발령했다고 부당한 전보라 할 수 없다. 단 전보발령이 위 전보·전직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무효를 주장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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