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삶의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한다. 경제활동으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고, 온갖 집안일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이른바 정신승리도 필요하다. 

혼자 사는 경증장애인은 어떨까. 경증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장애인은 2019년 7월 1일부터 기존 장애등급이 폐지되면서 장애 정도에 따라 중증과 경증으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정부는 '경증장애인'에 대해 불편은 있겠지만 무리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복지 서비스 혜택 역시 거의 없다. 공공요금감면, 의료·세제혜택이 있지만 장애인이 받는 임금차별 등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에 맞춰 월급만 벌어도 각종 급여 혜택에서 제외된다. 물론 장애인연금도 없다.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이진우씨(32)는 현실과 전혀 다른 복지 정책 문제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며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해 2년 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열심히 일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기뻤던 이씨는 정규직 전환으로 월급이 오르면서 그나마 받던 경증장애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실상 이씨의 월소득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씨의 월급은 200만, 장애인이기에 소득에서 20만원을 기본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50% 추가공제를 받아도 생계·의료·주거급여 기준을 넘어선다. 혼자 살고 있는 이씨는 "졸지에 생활이 궁핍해졌다. 어렵게 인정받은 회사를 오히려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증장애인인 진선희씨(31)는 "코로나19 이후 각종 프로그램이 끊기면서 혼자 집에 갇혀 있다시피 했다. 요즘에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 그런데 일을 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될까 봐 두렵다"며 "장애를 딛고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며 본인도 진정한 자립을 위해 일하고 싶지만 각종 급여 중단으로 겪을 경제난이 두렵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지자체에서 열리는 1인 가구 대상 프로그램에서도 혼자 사는 경증장애인을 찾기 쉽지 않다. 일반인과 섞이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는 진행 방식이 장벽이 된 것이다. 

진선희씨는 "구청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요리 수업을 한다기에 참여해 봤다"며 "택배로 요리 재료를 보내주고 화상으로 수업을 들으며 요리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속도가 빨라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수업 후 스스로 만든 요리에 뿌듯함을 느끼긴 했지만, 이런 수업도 제대로 못 쫓아가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하는 한탄이 들었다. 더는 다른 수업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장애인 1인 가구를 위해 장애유형별로 홀로 거주하는데 필요한 위험 감지 기구 등을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를 들어 화재 시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위험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기 어렵다. 이를 알려주는 보조장치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 개별적으로 설치하기 힘들다. 장애 여성이 혼자 사는 경우 범죄에 노출될 수 있어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애인 1인 가구가 안전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공차원의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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