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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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던 최인우씨는 코로나19 확산 6개월만에 직장을 잃었다. 이후 택배 배송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이마저도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제는 월세마저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당장 돌아올 카드값과 월세가 필요한 최씨에게 택배 배송 아르바이트 중 알게 된 지인이 목돈을 벌 방법을 소개했다. 바로 최씨 명의의 빈 통장, 비밀번호, 주민등록증 사본을 넘겨주면 목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현금이 없는 통장을 넘겨주는 건데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던 최씨는 얼마 후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함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게 됐다. 최씨는 단순히 통장명의만 빌려줬는데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몰린 것이 억울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에 최씨와 같이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먼저 최씨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현금카드 등의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은 전자금융거래에서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제3항제1호 및 제49조제4항제1호). 

본인의 통장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몰랐다고 해도 양도행위 자체를 처벌, 대포통장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민사책임의 경우는 따져봐야 한다. 최씨가 통장, 비밀번호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돈을 입금받은 예금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가 또는 할 수 없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보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원인과 결과 관계가 있는가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통장 명의를 준 행위와 범죄 행위간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과연 상당한가에 대한 판단이다. 

즉 통장 등의 양도 당시의 정황과 이 과정에서 별도의 이익 제공이 없었는지가 중요하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에 대해서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오히려 속아서 통장을 넘겨준 사람은 어느 정도 보호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거나, 통장제공에 대한 별도의 대가를 제공받았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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