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어쩌라고…'대출 옥죄기'에 1인 가구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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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사철 어쩌라고…'대출 옥죄기'에 1인 가구 패닉
  • 지현호 기자
  • 승인 2021.08.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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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네요. 그간 벌어둔 돈으로 간신히 원룸 탈출해 투룸 아파트 전세로 옮긴 지 이제 4년인데 다시 원룸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에요. 남들은 '영끌'해서 집도 산다는데 저는 이제 전세 대출도 막혀서 원룸 오피스텔을 구해야 할 처지에요.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한 자신이 한심스럽고 자괴감이 드네요."

최철희(37, 가명)씨는 경기도 부천에 한 투룸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12년째 혼자 살면서 저축으로 모은 돈 1억6000만원에 전세대출 6000만원으로 현재 사는 집을 4년 전 계약했다. 올가을 재계약 시점을 앞둔 최씨는 집주인과 현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계약 갱신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주거래은행에서 전세자금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예상보다 높은 이자에 대출을 받거나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1인 가구 전세민이 불똥을 맞게 됐다. 

최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서 대출 중단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앞서 5대 시중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연 2.48~4.24%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일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할 것을 당부하면서 저축은행도 대출 절벽에 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즉각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 보호를 위해 대출을 늘려준다고 하고서 뒤통수를 쳤다는 반응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까지 막으면서 '서민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은행 대출창구 직원은 "전세대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재계약이나 신규 대출을 묻는 고객이 많다. 특히 추석을 지난 10월, 11월에 계획인 고객들이 대출이 막힐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의 대출창구 직원도 "대출 규제 소식을 들은 고객들의 문의로 다른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10월 이후 대출 상황을 묻는데 확답을 줄 수가 없어 답답하고 고객께 죄스러운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투기와 무관한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의 규모, 증가 속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대출 중단과 같은 시장 충격이 큰 조치를 너무 갑작스럽게 펼쳤다는 지적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는 전·월세 거주비율이 높고, 소득이 낮아 대출 절벽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1인 가구 수가 적지도 않다. 202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거처 종류별 비율은 아파트가 32.0%, 다가구단독주택이 23.6%, 일반단독주택 11.6%, 주택이외 거처 10.9%, 다세대주택 9.6%, 영업겸용단독 8.8%, 비주거용 건물내 주택 1.9%, 연립주택 1.7%를 차지했다. 

2019년 기준 1인 가구 주택점유 형태를 보면 보증금 있는 월세가 38.0%, 전세 15.8%, 보증금 없는 월세 9.3%, 무상주택 6.3%로 집계됐다. 자가는 30.6%다. 전·월세 거주자가 무려 63.1%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서 1인 가구의 50.1%가 주택 안정 지원 정책을 요구했고 이 중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의 확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출 옥죄기는 1인 가구의 민심을 역행하는 규제인 셈이다. 

한편 8월 셋째 주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물부족 현상으로 서울은 0.10% 올랐고, 경기·인천은 0.05%, 신도시는 0.04% 상승했다. 전세시장은 이미 매매가격과 동조화되면서 장기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가을 이사철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에서 10% 이상 오른 지역은 노원, 은평, 중구, 성북, 도봉, 관악 등으로 중저가 아파트 밀집한 강북권이 상승을 주도했다"며 "장기간 지속된 가격 상승과 매물 잠김 현상 등으로 실수요층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중저가 아파트 키맞추기 혹은 갭메우기 현상이 가을 이사철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아파트부터 고가 아파트까지 시장 전반에서 매매가격 고점 경신이 이어지고, 전셋값도 이에 동조하면서 높아지는 현상이 가을 이사철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대출 옥죄기가 확산되면 결국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1인 가구 세입자들은 더 외곽으로 밀려가거나, 현재보다 낮은 수준의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주거가 생활의 질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1인 가구의 삶 만족도는 대폭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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