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취업시즌이 시작됐지만, 내년 1월 입사를 위해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던 청년 1인 가구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신입사원 공채에 나서는 기업이 줄면서 취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서다. 

정기 공채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고, 채용 규모와 방식도 유사하다. 이에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공채를 바라보며 스펙을 쌓는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라졌다. 

대기업의 신규채용 자체가 줄었고, 공채보다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인턴 연계 채용도 늘어나 취업문이 극히 좁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매출액 500대 기업의 2021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보면 대기업의 67.8%가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기업들은 하반기 경력직 채용, 수시채용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을 적용한 기업은 63.6%로 전년 대비 11.1%포인트 늘었다. 수시채용만 진행한다는 기업도 24.0%나 됐다.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6.4%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소기업에도 나타난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국내 기업 337개사를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형별 채용 방식 조사에서도 81.6%가 수시채용만 진행한다고 답했다. 공채만 진행하는 곳은 6.8%에 그쳤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뽑을 수 있어 효율적이겠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수시로 모집 공고를 확인해야 하고 모집분야에 따라 요구하는 스펙, 직무 접합성 등이 달라 맞춰서 준비하기도 어렵다.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1인 가구의 경제적 빈곤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인 가구 고용 현황을 보면 1인 가구 중 취업가구 비중은 59.6%에 불과했다.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무소득 상태란 의미다. 

여기에 올 상반기 이미 청년 1인 가구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의 올 1분기 일자리는 1년 새 10만개 가까이 줄었다. 전년 대비 20대는 3만5000개, 30대는 6만3000개 감소했다. 

취준생 김진우씨는 "채용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기분이다. 이제는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말이 수시 채용이지 업무별로 채용을 하고 있어 오히려 이전보다 전문적인 스펙을 쌓지 않으면 통과하기 힘들어졌다"며 "지금 사는 자취방에서 버티기도 아슬아슬해 하반기 공채에 실패하면 일단 본가로 들어갈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취준생 최인호씨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면서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없앤다고 하더니 오히려 스펙이 중요해졌다"며 "직무 적합성을 본다고 하는데 이게 결국 각종 인턴십 등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은 이들한테 유리한 구조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등바등 사는 것 같아 자괴감만 쌓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극심한 불안감 속에 청년 1인 가구들은 하반기 채용 시즌을 맞고 있다. 

한편 하반기 채용을 시작한 대기업으로는 삼성그룹이 있다. 삼성그룹은 오는 13일까지 2021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참여한다. 

SK그룹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나셨다. 올해가 마지막 공채다. 내년부터는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이번 공채에는 SK이노베이션, SK바이오팜, SK실트론, SK E&S, SK C&C 등 5개사가 참여한다. 이달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하반기 신입사원 상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는 오는 22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롯데정밀화학은 26일까지다. 

CJ그룹도 상시채용 중이다. CJ제일제당, CJ CGV, CJ올리브영, CJ ENM, CJ LIVECITY는 오는 26일까지,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는 27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이 13일까지, 포스코건설은 17일까지 지원 접수를 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과 사회적가치 특별채용을 포함한 하반기 채용을 진행한다. 총 250명 규모로 오는 23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이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우수 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 9만6000명을 직접 매칭하는 '일자리 매칭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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