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에이지테크(Age-Tech)란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의미하며 고령자의 생활을 개선하는 모든 종류의 테크놀로지를 포함한다. 에이지테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60세 이상 인구는 21억명에 이르러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최고의 고령국인 일본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고령화 사회의 과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는 에이지 테크에 임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부동산 상속 수속을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부모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 가족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등에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에이지테크 관련 사업을 하는 벤처에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복잡한 상속 수속, 재산 신탁을 간단하게 

“구청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상속 수속을 할 수 있었다”

에이지 테크놀로지스(AGE Technologies)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상속 닷컴 부동산’을 이용하면 돌아가신 부모가 소유한 부동산의 명의 변경을 4주 만에 끝낼 수 있다. 본래 부동산 명의 변경 시에는 사망한 사람의 호적등본이나 주민표 등이 필요하고, 몇 번이고 구청에 방문하거나 필요 서류를 우편으로 송부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요구된다. 에이지 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복잡한 작업을 대행하거나 절차의 일부는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용자는 구청에 들락날락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상속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1인당 요금 6만 9800엔 (약 75만원)으로 법무사무소가 진행하는 기존 대행 서비스의 반 가격 이하이다. 서비스 개시부터 2년 만에 약 8000건의 부동산 명의 변경을 다루었다. 에이지테크놀로지스의 대표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예금, 적금 및 상속세 분야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낸다. 

고령화에 의한 가장 큰 과제의 하나는 재산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추계에 의하면 치매 고령자는 2030년에 약 800만명에 달할 전망으로 2020년 대비 무려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고령 부모가 치매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면 금융 자산이 동결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있어 금전적인 압박까지 가해지고 고령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 부모가 치매에 걸리기 전에 먼저 자녀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기는 ‘가족 신탁’ 제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리니티 테크놀로지 (Trinity Technologies)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여 가족 간에 간편하게 재산을 신탁할 수 있는 ‘스마트 가족 신탁’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트리니티 테크놀로지의 서비스는 신탁을 쉽게 조성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아니라 금융기관의 데이터와 연동하는 API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재산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을 이용해 고령자의 운동이나 외출을 촉진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됨에 따라 고독감이나 운동부족으로 고령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치카쿠’라는 회사는 고령자가 TV를 켜는 것만으로도 가족이 스마트폰 앱에서 보낸 손자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 가능한 기기를 제조하고 있다. 

치카쿠는 자사의 기술을 활용하여 8월 중순부터 세콤과 공동으로 고령자의 체력 유지와 고독감 해소에 도움이 될 시스템의 실증실험을 효고현 타츠노시에서 시작했다. 

실증실험에서는 치카쿠의 기기를 이용하여 고령자에게 자택에서 할 수 있는 체조 동영상이나 시내 문화시설의 행사 정보를 전달한다. 정보를 본 고령자가 집 안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인근 지역의 산책을 하도록 촉진함으로써 체력을 유지하고 고독감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에이지테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령자에게도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디지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조작이 서투른 고령자도 많아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2019년 창업한 Hubbit이라는 벤처기업은 이러한 디지털 격차 문제에 주목, 원격조작 기능이 붙은 태블릿을 히로시마의 양로원에 배포하여 고령자들의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진찰 등을 원격으로 지원한다. 

에이지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는 벤처캐피탈 (VC) 또한 늘고 있다. 일본의 코랄 캐피탈 (コーラル・キャピタル)은 “세계적으로 고령화는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간병 분야의 인재 매칭이나 고령자를 위한 핀테크를 다루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될 과제도 존재한다. 가족 신탁 등과 같은 새로운 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으며, 고령자가 관심을 가지기 쉬운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지테크에 투자하는 Z벤쳐 캐피탈의 관계자는 “고령자와 접점을 가지는 대기업과 제휴하는 등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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