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로 유명한 오영수 배우가 인터뷰를 했다. 유재석은 456억원이 있으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는 특별한 욕심이 없다고 했다. 다만 아내와 딸이 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큰 행복이 가족과 오손도손 모여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은 돈에 대한 욕망과 그로 인한 인간의 배신, 음모 그리고 탐욕을 가장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감독은 이 게임의 설계자 역할로 특별한 소유욕이 없이 소소한 행복만을 꿈꾼다는 77세의 노인 오영수를 캐스팅했다. 

나는 인터뷰를 본 후, 그가 이번 드라마의 가장 아이러니한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했다. 

"산속에 꽃이 있으면 젊었을 때는 그 꽃을 꺾어 왔지만, 나이가 들면 그 꽃을 그대로 두고 오죠. 그리고 다시 가서 보죠.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죠. 있는 것 그대로 놔두는 것. 그게 쉽지가 않죠." 

오영수의 이 말에 앵커로 나온 K-Pop 그룹 러블리즈 멤버 이미주는 현장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

왜 그의 말은 그녀를 울게 했을까?

아이돌 그룹은 화려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들은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바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잊혀지는 존재가 된다는 불안감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주는 오영수의 말에 두 손으로 산에 핀 꽃들을 끊임없이 꺾으려고 하는 안쓰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2등 필요 없다. 하지만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한테는 이겼잖아요. 우리 모두 다 승자예요. 나는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는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하죠." 

​오징어게임의 시스템은 모든 사람이 죽고 단 한 명만 살아남아 456억이라는 거액을 독차지하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인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드라마에서 그 누구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 질문 자체를 잊고 있는지 모른다. 

오영수가 말하는 "우리 모두가 다 승자다"와는 정반대의 세상이 오징어게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소수가 막대한 부를 점유하는 자본주의 시대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이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지 않다. 게임을 룰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처럼.

이 드라마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배우 오영수는 최근 모 치킨 업체의 광고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드라마에서 했던 유명한 대사 '깐부' 이미지가 퇴색되어 드라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낸 그가 드라마가 끝나고서도 자신의 이익보다 드라마의 메시지와 감동을 지켜내려는 그 모습이 어쩌면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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