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 뉴스1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 뉴스1

"졸업 후 2년, 아직까지 회기동 대학가 원룸촌을 못 벗어났다. 근처에서 술이라도 마시면 후배들이 아직 졸업 안했냐고 묻는다.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 기업들의 인턴제도가 문제다. 난 인생이 걸린 일인데, 마음대로 부려먹고 잘라버린다. 내가 놓친 시간·기회는 누가 보상해주냐. 졸업 후 첫 해에 취업 못하면 다음 해는 더 어렵고, 그 다음 해는 더 더 어렵다. 이 동네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구가 안 보인다."

이민철(29, 가명)씨는 졸업 후에도 대학가 원룸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 A기업 인턴으로 채용됐다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서 이씨의 고난은 시작됐다.  이후 두 군데에서 더 6개월 인턴과정을 거쳤으나 번번이 떨어진 이씨에게 남은 것은 이력서에 적을 인턴 경험 세 줄이다. 그 대가로 이씨는 무려 1년 6개월의 세월을 바쳐야 했다. 

우리나라 대학교 졸업 청년 중 이씨와 같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인턴제도가 청년들의 기회와 세월을 뺏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OECD 국가의 청년(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 및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년 대졸자 고용률은 75.2%로 조사됐다. 

OECD 평균은 82.9%, 우리나라는 37개국 중 31위다. 우리나라 밑으로는 스페인,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가 있다. 

채용 연계형 인턴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적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최저임금 형태로 인턴으로 일을 시키면서 최종적으로는 단 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기업들의 악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턴 경력은 채용 시 경력사항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른바 '중고 신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업준비생 박진우(26, 가명)씨는 "면접장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 두세 군데에서 인턴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며 "대학교 졸업 후 정규직 취업이 아니라 대학교 졸업, 인턴 취업,  정규직 취업이 하나의 과정이 됐다"고 토로했다.

대졸자 취업률이 낮은 또다른 이유는 노동시장 수급불균형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3~2020년 고학력 대졸자는 연평균 3.0% 증가하고 했지만, 고학력 일자리는 1.3% 증가에 그쳤다. 

대졸자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 역시 고질병이다. 우리나라 미스매치율은 50.0%에 달한다. OECD 22개국 중 1위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도 일자리와 전공 불일치율은 52.3%에 달한다. 

한경연은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 대졸자가 취업할 만한 8개 업종에서 무려 34만6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교육 수준은 최고 수준이지만 인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며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해소에 힘쓰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로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OECD 청년 대졸자 고용률./표 = 한경연
OECD 청년 대졸자 고용률./표 =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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