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신탁 분야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사후 남겨질 재산에 대해서도 고인의 의지를 지켜줄 필요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증가와 급격한 고령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유언신탁 수요가 늘고 있다. 반면 이를 수행할 전문가는 부족해 유산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KIRI리포트를 통해 보험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적자원 고도화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임 연구위원은 인구구조의 변화 가운데 2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 둘째는 1인 가구와 고령층 비중 증가다. 

KIRI리포트 '보험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적자원 고도화 방향에 대한 보고서'./표 = 보험연구원
KIRI리포트 '보험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적자원 고도화 방향에 대한 보고서'./표 =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은 사망자 수 급증을 의미한다. 통계청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통해 사망자 수가 2030년 42만명에서 2050년 71만명, 2060년 76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1인 가구 비중이 2017년 28.5%에서 2047년 37.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동기간 24.1%에서 48.7%로 늘어나게 된다. 

고령 1인 가구 증가로 예상되는 사회 문제 중 하나가 상속 분쟁이다.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1인 가구 사망 시 유산을 두고 분란이 생길 수 있다. 1인 가구 당사자 역시도 생전에 원하는 대로 유산이 사용되기를 원한다. 

일본 등에서는 유언신탁이 대안이 되고 있다. 치매 등으로 노후 자산관리가 어려운 상황, 건강 관리가 힘든 상황 등에 대비해주는 '후견제도지원신탁' 등이 도입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에서는 2019년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이 나왔다. 유언신탁이란 유언장 작성에서 보관, 사후 상속문제에 이르는 업무를 대행하는 신탁제도이다. 

유언신탁에 가입하면 신탁회사가 위탁자의 사망시, 유언서 내용대로 유증을 실시하기 때문에 분쟁을 막아준다. 

일본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이 선보인 1인 가구 전용 유언신탁은 계약자가 현금과 함께 은행이 독자적으로 마련한 양식의 '엔딩 노트'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해 은행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 엔딩 노트에는 원하는 장례, 매장 방법, 자신의 PC 및 스마트폰 패스워드, SNS 패스워드, 신용카드 정보 등을 기입한다. 사후 은행은 당사가 직접 설립한 사단법인을 통해 사망 후 장례 준비, 사망자의 정보 삭제, 가입되어 있는 서비스 해약 등 사후 업무를 처리한다. 이러한 사무적인 작업 뿐만 아니라 계약자가 자신의 사망 소식을 알리겠다고 미리 지정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준다. 만약 반려동물이 있다면 맡아줄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1인 가구 수가 약 2000만가구에 달한다. 신탁 은행들은 1인 가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이들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으로 보고 있어, 유언신탁에 적극적"이라며 "한국은 고령 1인 가구 증가에도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이들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위원도 같은 시각으로 신탁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험설계사의 전문성 제고 방향으로 보험과 신탁 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적자원 고도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사안별로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고령 1인 가구와 사망자 수 증가에 맞춰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신탁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상속증여신탁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금융권에서는 노후 신탁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상속증여신탁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탁 수탁 규모 1위는 하나은행이다. 신영증권이 그 뒤를 쫓고 있지만, 1위인 하나은행과 격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은 신탁 기반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선보였으며 은행권 최초로 상속증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상속 설계를 위한 법률 세무 전문가, 컨설턴트 등 전문인력 충원도 활발하다. 

은행권에서는 1위인 하나은행을 향한 추격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신한 택스(TAX) 컨설팅센터를 통해 상속증여 등 생애주기 신탁 활성화를 위한 '신한라이프케어신탁' 출시했고, 올해 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을 출범했다. 종합자산관리,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올해 '우리내리사랑 신탁서비스'를 선보이며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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