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정책은 주거 불안 해소다. 혼자 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대거 공급해달란 의미다. 

여기에 호응해 정부는 공유주거 제도화를 내놨다. 민간에서 대규모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동기숙사'를 신설하고 건축기준을 마련했다. 

명칭은 공유주거로 바뀌었지만,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공유주택 가이드라인이다. 

정부는 공유주거의 정의에 대해 주거전용공간 중 사용빈도가 낮은 공간(거실·부엌 등)을 공유공간으로 사용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공유주거에 대한 수요가 늘어, 민간부문에서 공유주거 제도화를 위해 제도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1인 가구의 정책 요구를 정부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단순히 공급 숫자를 늘리는데 치중된 정책으로 비쳐서다. 건축기준을 현시대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것이 아닌 기존 공공 임대주택 최저 주거 기준 그대로 적용해서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2평짜리 쪽방을 공급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 나올 정도다. 임대주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시원이 원래 1~2평한다. 고시원 위에 공동기숙사 만드는건가" "최저기준 2평, 살아봤나. 여기는 잠만 자는 곳이지 생활하는 곳은 아니다" "뭐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2평이 뭐냐. 잠잘 곳 말고 집이 갖고 싶다. 그냥 임대주택 문 좀 열어주면 안되나요." "방음되고 내 반찬 안 훔쳐먹는 고시원 업그레이드 판인가." 등 불만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을 보면 앞으로 공공주택사업자 또는 민간 임대사업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건축법 시행령상에 용도는 '공동기숙사'가 된다.  

공동기숙사 건축기준은 최소 20인실 이상이어야 하고, 1실당 1~3인이 거주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1인당 개인공간은 7㎡, 화장실(3㎡) 포함 시 10㎡ 이상이다. 1인당 개인공간과 공유공간의 합은 최저주거기준인 14㎡ 이상이다.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주거공간으로 2평 남짓을 규정한 것이다. 이 정도면 지금의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사업자가 제대로 관리가 하지 않고 시설이 노후화된다면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난립해 있는 민간의 공유주거 형태를 개선하는 효과보다는 질 나쁜 임대주택 공급을 허용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열악한 수준의 불법 쪼개기 원룸, 고시원 등이 1인 가구의 고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 고시원에서 혼자 살던 취업준비생 김진호(32. 가명)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살던 방은 싱글침대와 행거, 책상이 겨우 들어간 쪽방이었다. 조그만 창문이 있었지만, 앞 건물에 가로막혀 사실상 환기 역할만 겨우 하는 수준이었다. 열악한 주거환경, 계속되는 취업 실패가 김씨를 고립으로 몰았고, 결국 그는 세상을 등졌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최근 20·30대 고독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또 이들의 주거지 대부분이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환경이었다. 

이번 공유주거 관련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와 민간전문가·관련업계 회의 등을 거친 규제챌린지를 통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이 '고시원'을 넘지 못한 듯해서다. 

공유주거 관련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다. 기숙사 건축기준 제정고시안의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16일까지다. 이후 국토부는 관계부처 협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3월경 공포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공유주택법을 대표발의하면서 "1인 가구 증가라는 가구구조 변화에 정부 정책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주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법적 규정을 마련하는 개정안이 발의됨에 따라 1인 가구의 주거불안이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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