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1명, 자살 생각
'여섯 밤의 애도' 출간 자살 사별자 이야기 전해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가 출간된 '여섯 밤의 애도'에 사인을 하고 있다./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가 출간된 '여섯 밤의 애도'에 사인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회복에도 시간제한이 있는 것 같아요. 슬퍼할 기회조차 차단하죠. 저는 이걸 박탈된 애도라고 표현하는데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잖아요"

임상심리학 박사 고선규(46) 마인드웍스 심리상담 대표는 1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살 사별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날선 시선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은 하루 평균 36.1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이미 널리 알려진지 오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엔 2030 세대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 '자살'은 이제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하나의 사회 현상이 돼 버렸다.

보건복건부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두가 함께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자살 유가족/사별자들을 위한 국가 지원 프로그램 및 인력 지원,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자살 사별자 심리 상담에 특화된 고선규 박사가 직접 나섰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부센터장으로 근무했던 고 박사는 자살 사별자들이 함께한 시간을 엮어 '여섯 밤의 애도'를 출간하고 그들의 얘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자살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살 사별자 다섯 명과 심리학자가 여섯 번의 모임에 걸쳐 40여 가지의 주제로 함께 마음을 나눈 기록이다. 1년여간의 추가 연구와 수집을 더한 내용으로 여백을 채웠다.

모든 죽음이 안타깝고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기자와의 만남에서 고 박사가 가장 할애한 부분은 청년 '자살'과 청년 '자살 사별자'다. 

"행복해야 할 시기잖아요.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조모임 역시 대부분 청년들이죠. 책에서도 나오는 원이, 민이, 선이 등... 책에서는 아무래도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로 인해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어요. 사례자들의 경우 동의를 구하고 타의적인 부분이 녹아있죠. 현실은 더 냉혹해요. 고인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순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죠"

고 박사는 2019년 6월부터 자살 사별자 자조모임 '메리골드'를 이끌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자살 사별자 관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에게서 일어난 일은 어떤 확률도 가져다가 쓸 수 없어요. 자살 예방에는 어떤 말들이 나올까요? 우선 전조 증상으로 판단하겠죠. 우울증, 자살기도, 등으로 판단하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얘기에요. 그만큼 어려운 얘기죠. 하지만 자살은 확률적으로 줄일 방법이 있어요. 바로 자살 사별자들을 관리하는 것이죠. 제가 연구해 본 결과에요. 많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자살로 고인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2차로 자살 할 확률이 높아요. '뭔가 징후가 있었을 텐데 가까운 사람이 왜 몰랐을까','가족이 제 역할을 못 해서 막지 못한 게 아닌가'라고 추궁하면, 상실로 인한 슬픔을 표현조차 못 하게 되요. 아이를 잃은 부부의 경우 대부분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고 상담을 받으로 오는 경우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의미를 못 찾겠다고 하시면서... 인간 관계는 연결고리로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아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억지로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는데, 치유되지 않은 정신적 외상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죠. 따라서 자살 사별자 관리가 예방의 핵심이에요"

인터뷰 마지막으로 고 박사는 자살을 너무 폐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기사 마지막에 '자살보도권고기준'이 있잖아요. 요즘은 더 길어진거 같은데... 쉬쉬 조용히 해야할 내용은 아니죠. 2차 예방을 강조하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마치 잘못된 것 처럼 비춰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연예인 자살에 많은 언론사가 가십거리만 보는게 문제지 본질에 대해서는 더욱더 수면 위로 공론화해서 다룰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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