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다니다가 일용직 전전하고 돌아보니 기술도 없고, 나이만 먹어서 이제 받아주는 곳도 없다. 사실 적성에도 안 맞고, 그냥 일하기 싫다. 올해 목표는 기초수급자가 되는 거다."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생계유지를 위해 계약직으로만 10년여를 일했다는 39세 직업훈련학교 수강생의 말이다. 이 수강생이 직업훈련을 받는 이유도 취업보다는 교통비와 훈련수당에 있었다. 삶의 목적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그가 지내는 곳은 서울의 한 고시원이었다.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30대 1인 가구의 한숨, 그들의 입에서는 이제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가 더 낫겠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는 30대 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기울어진 운동장, 계층이동에 대한 포기, 취업난으로 겪는 좌절이 30대 1인 가구의 마음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 

30·40대, 아직은 신체적으로 젊고, 일할 능력이 있는 나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행복할까.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를 받게 됐다는 한 40대 1인 가구는 "한 달에 9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어서 일 안 하고도 먹고는 살 수 있더라, 근데 숨만 쉬고 있다 보면 서럽고, 자괴감만 든다. 그렇다고 일을 다시 하려니 수급이 끊길까 봐 또 두렵다. 이대로 평생 나랏돈으로 살다가 고독사 하는 게 내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는데 저소득 1인 가구의 삶은 한치도 성장하지 못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때때로 1인 가구가 등장하지만,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뻔한 돌려막기 수준에 그친다. 

'1인 가구 시대'란 말이 무색하다. 1인 가구이기에 경험하게 되는 문제, 개인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만 사회가 도와줘도 저소득 1인 가구의 자활의지는 살아나지 않을까. 올해는 1인 가구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찐 1인 가구 정책'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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