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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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점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에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화가 났다가 다시 무력감이 밀려오는 기분을 반복해요. 어쩌죠?" 청년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정신적 고립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1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최근 구직 활동마저 포기하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김 씨는 "모든 게 의미 없이 지나간다. 기분도 항상 우울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모 씨(34)도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첫 직장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두 달가량 실업자로 지내면서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혼자 생활하다 보니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임 씨는 무기력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박모 씨(20)는 "비대면 수업을 받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기계발이나 취업 준비에서 내가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걱정된다. 벌써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다. 혹시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다. 가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숨이 안 쉬어질 때가 있는데 이게 공항장애인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는 동안 청년층에게 '마음의 병'이 쌓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한국리서치)를 통해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여성의 우울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분기별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 비율은 13.6%를 기록, 지난해 3월 16.3% 대비 감소하며 연초 대비 연말 정신건강 수준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살 생각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9.7% 대비 지난해 12월 13.6%로 40% 증가했다.

또 국민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나는 등 일부 조사에서 개선된 지표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국민 정신건강 수준은 개선되지 않는 부정적 모습이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활동이 전부 비대면으로 바뀌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시 1인 가구 지원센터는 대부분의 활동을 비대면으로 바꿨다. 

김다혜 서대문구 다문화건강가정센터 팀장은 "1인 가구는 혼자 있다보니 활동을 통해서 관계 유지가 좋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지원이 비대면으로 변경됐다"라며 "그나마도 소통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폐쇄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통계를 인용하며 "국민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나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정신건강법에서 지자체장에 의한 입원을 규정한 것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며, 결정은 전문가가 하는 게 맞다. 별도의 전문가 위원회로 입원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청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는 "청년층은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조모임 역시 대부분 청년들이다. 자살은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엔 2030 세대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고 있다. 자살예방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가 책임져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사회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면 청년들이 정신건강을 수시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블루로 20대 여성 1인 가구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1인 가구는 가장 비중이 높은 가구 형태임에도 1인 가구의 생활 특성, 주거와 안전, 건강, 여가와 사회적 관계, 사회통합 차원에서 정책적인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 가운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사회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면 청년들이 정신건강을 수시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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