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인 가구, 이 참에 휴가…고령 1인 가구는 '씁쓸'

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맞는 네 번째 명절이다. 올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등 한층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도 일제히 설 명절 고향 방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설 연휴와 추석 연휴 이후 가족, 친인척 간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사례가 급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설 연휴에도 상당수의 1인 가구가 귀성을 포기했다. 코로나19 3년차 혼설족, 귀포족의 연휴를 보내는 태도도 달라졌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박찬식씨는 설 연휴를 맞아 강원도로 여행 왔다. 매년 충북 옥천에 있는 부모님 집을 방문했지만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에 귀포족이 됐다. 이웃에서 명절에 가족간 모임을 가졌다가 단체로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동네 전체에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지난 추석을 서울에서 혼자 보낸 박씨는 연휴를 더 효율적으로 쓰고자 미리부터 호텔을 예약했고, 떡국 대신 호텔 조식을 먹었다. 

서울에서 혼자 거주하는 20대 정은아씨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 3차 백신 접종을 예약, 9일간의 휴가를 확보했다. 지난 추석 동료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팁이다. 부모님과는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나눴다. 지난 추석에도 혼자 명절을 보내보니 이러한 분위기에도 익숙해졌다. 오히려 정씨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자 4박 5일로 제주도 여행을 즐기는 중이다.

50대 1인 가구 강정식씨는 살면서 가장 씁쓸한 설 연휴를 맞았다. 올 설에 성모객이 몰릴 것을 우려해 부모님을 모신 추모공원이 폐쇄돼서다. 온라인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강씨는 가까운 절을 찾아 번잡한 마음을 정리할 계획이다. 

여행·숙박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명절 때마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강원도 내 여행·숙박업계에 따르면 올 설 연휴기간 강원지역 주요 호텔‧리조트의 예약률은 80~100%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 내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두 손 가득 설 선물을 챙겨 들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친지들과 만나 명절음식을 나누던 설 명절이 각자 시간을 보내는 '연휴'로 바뀐 것이다. 명절 아침 시끌벅적했던 고향 풍경도, 이웃간 음식을 나누던 정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나마 설에 고향을 찾은 이들도 직계만 짧게 보고 귀성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분위기가 고령 1인 가구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씁쓸하기만 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70대 이 모씨는 "자식들이 미리 다녀가는 바람에 설 명절은 혼자 보냈다"며 "처음도 아니고 괜찮긴 한데, 그래도 명절에 오랜만에 손주들이랑 와서 북적북적 했던 게 그립긴 하다"고 말했다. 

70대 최 모씨도 "주사(코로나19 백신) 만날 맞으면 뭐 하나. 명절에 손주 얼굴도 못 보는데"라며 "젊은 사람들은 이참에 여행도 다니고 한다는데 명절에는 그래도 가족, 친지가 다 모여서 밥 먹고 성묘도 가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이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