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가 전교 1등을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친구를 이길 수가 없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이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룸메이트가 졸업 후 사회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면, 당신이 사업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경쟁자이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야기다. 정신병원에 자신이 예수라고 주장하는 환자가 있었다. 어느 정신병원에나 이런 부류의 사람은 있다고 한다. 천재적인 정신과 의사 밀턴 에릭슨은 그와 이렇게 상담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목수의 아들이죠?"

"예."

"당신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아주 좋아하시죠?"

"그야 물론이죠."

"지금 병원 증축공사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는군요. 공사현장에서 사람들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이렇게 그 환자는 몇 달 동안 공사현장에서 정상인들과 똑같이 건축 일을 진행했다고 한다.

"맥락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맥락이 바뀌면 의미가 바뀐다." <맥락 지능>의 저자 매슈 커츠의 말이다. 

학교 기숙사 룸메이트, 성적 경쟁이라는 맥락이 없으면 같은 방 친구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의 경쟁자가 미래의 뛰어난 실력을 가진 나의 협력자 또는 조력자라고 맥락이 바뀌는 순간 스트레스가 축복으로 바뀐다. 예수라는 주장과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의 맥락에서 그는 정신병 환자였다. 남을 도와주는 사람, 공사현장이라는 공간의 맥락에서 그 환자는 평범한 일꾼이 되었다.

훌륭한 리더는 주어진 맥락에 갇히는 사람이 아니라 맥락과 맥락 사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다.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경험에서 배우고 서로 다른 맥락 사이를 효과적으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을 맥락 지능이다.

매슈 커츠에 따르면 맥락 지능에서 3차원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한다. 바로 후견지명, 선견지명, 통찰이다. 현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과거에서 바라보는 현재와 미래에서 바라보는 현재다. 과거에서 결과론적으로 현재를 엄격하게 바라보면 후회와 자기 비하로 치우친다. 과거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후견 지명이다. 선견지명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을 정해 놓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세요?"

"어떤 의미를 위해 사세요?"

이런 질문에 미리 대답해 보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와 지향점이 있어야 내 현재의 상황이 걸림돌에서 디딤돌로 바뀌게 된다. 통찰은 미래의 목표와 지향점을 근거로 현재의 다음 칸을 어디에 둘지 결정하는 것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현재의 힘든 상황, 다양한 변수로 내리기 힘든 결정의 순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증명해 보이는 좋은 기회다. 삶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혼란의 순간에 결정은 명확하게 떠오른다. 의사결정은 단순해진다. 이것이 통찰이다. 현재는 그동안 겪은 과거의 귀결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맞이하고 싶은 미래의 전제조건이다.

"난관과 좌절과 슬픔을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될 부당한 형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받아들이려면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 中에서>

맥락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시간, 사람, 장소, 법, 경제 사회제도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맥락이 변화한다. 맥락은 이런 변수들로 인해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있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이나 교훈을 기계적으로 현재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과거의 상식이 지금에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상식이 아직도 유효한지 질문을 해야 한다.

과거의 교훈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매슈 커츠는 경험 은행을 말한다. 과거의 맥락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은행에 저장하듯 보관하여 새로운 맥락이 생기면 은행에서 가장 적합한 교훈을 꺼내 쓰는 탄력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맥락 지능은 과거의 경험에 고착화되지 않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간, 새로운 장소, 새로운 환경에서 시시각각 생성되는 새로운 맥락을 알아차리고 과거의 교훈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현재의 맥락에서 다음 발걸음을 현명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서 시도 때도 없이 휘몰아치는 새로운 맥락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중심이다. 자신만의 중심은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이다. 자기 삶의 지향점이다. 이것이 모든 결정과 행동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삶이 단순하고 명쾌해진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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