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1인 가구 늘자 제도적 개선 목소리

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 지난 8월 A씨는 평소 '알츠하이머성 치매' 를 앓고 있던 모친이 뇌경색으로 쓰려졌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모친을 만날 수 없었다. A씨의 동생 B씨가 자신을 어머니 보호자로 등록하고 다른 가족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과 가족 간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건은 한달 뒤 부터 본격화됐다.  B씨가 다른 가족들 몰래 모친 '임의후견' 으로 등록한 뒤 부동산 일부의 소유권을 본인에게 이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펌 공증을 받아 후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견 제도에 따라 모친과 후견인 (B씨)가 함께 동행해야하지만 임의로 명의 이전을 해놓은 것이다. 가족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결국 이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 사건 감정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 법무법인을 찾은 K(72.여)씨는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사는 고령 1인 가구다. 얼마 전부터 평소 잘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건망증도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는 K씨는 혈관성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큰 재산은 아니지만 K씨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자산을 놓고 근심이 앞서 법무법인을 찾았다고. K씨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는데 큰 아들은 낭비벽이 심하고 도박까지 좋아해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반면 둘째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생활해 나가는 독립적인 성격이다. K씨는 불현 듯 자신의 병세가 심해져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을 때가 되면 둘째 딸에게 자산을 맡기고 싶지만, 그렇게 할 경우 큰아들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동생이 자산 관리를 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고 혹시 훼방이라도 놓지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털어놨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후견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후견인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가정법원이 개입하기 직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1년 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후견 사건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후견 사건은 2011년 680건에서 2020년 1만6154건으로 9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후견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라는 게 법조계 공통된 의견이다. 후견인 사건은 가정법원 심사를 거쳐 후견 사건이 개시될 경우 법원은 후견인이 재산을 유용하는지, 사건본인을 버리는 것은 아닌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 기간은 사건본인이 삶을 마감할 때까지다. 

후견인 제도 중 하나인 임의후견은 일반 성인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에 사유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는 경우 또는 부족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마련된 제도다.

위 사례처럼 대부분이 가족간의 갈등으로 피후견인의 자산과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가정법원 심판으로 개시되는 성년후견 제도에 헛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개시되는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등의 법정후견은 피후견인, 즉 후견을 받을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후견 계약을 체결할 단계까지는 사실상 국가의 개입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가족 간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후견 제도 개선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는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누구나 자신의 자산과 생활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라며 "후견인 제도에 대한 관련 제도적인 개선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우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후견청'이 도입됐다. 가정재판소 내에 후견센터를 설립해 후견 관련 사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다 청으로 격상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뿐만 아니라 독일은 성년후견청을, 영국은 공공후견청을 설치하는 등 통합관리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