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삶의 질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각종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식생활, 건강, 자산형성, 심리적 상태, 행복도 등을 다인 가구와 비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식생활 환경이 나쁘고, 고도 흡연율이 높고, 각종 질병 노출 위험이 높다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1인 가구는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인 가구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또 이들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25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근미 교수팀의 연구 결과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평균 흡연량 많고, 고도 흡연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남녀 중 현재 흡연자 7984명을 가구원수별로 나눠 분석했다. 

이들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인 가구 14.7개비, 다인 가구 14.1개비로 집계됐다. 하루 25개비 이상 피우는 고도 흡연율은 1인 가구 9.4%, 다인 가구 7.2%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인 가구는 동거인의 사회적 지지(만류·권고)를 받기 어렵고,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동거인이 없어 흡연율·흡연량이 증가할 수 있다"며 "다인 가구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감 경험이 많다는 점도 고도 흡연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연구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해 국내 19세 이상 성인 1만747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삶의 질이 낮게 평가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의 삶의 질을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활동, 통증·불편, 불안·우울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지장 여부를 파악하는 'EQ-5D' 척도로 평가했다. 1인 가구는 자기관려, 일상활동 모두 삶의 질이 낮을 위험성이 드러났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만성질환 실태와 식생활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1인 가구는 하루 1회 이상 외식률이 높고, 식품안정성 확보가구분율이 낮게 나타났다. 그 결과 다인 가구보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게 조사됐다. 

지난 22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1 서울시 먹거리통계조사' 역시 1인 가구의 식생활 만족도는 6.52점, 삶의 행복도는 6.17점으로 다인 가구보다 낮게 측정됐다. 

여가생활 만족도 역시 낮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의 여가생활 만족도는 22.8%로 다인 가구(27.0%)보다 낮다.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여가생활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지만, 여가활동 비용에 투자할 여력이 낮아 불만이 쌓인 결과로 분석된다. 

1인 가구의 평일 하루 여가시간(2020년 기준)은 4.7시간으로 전체 인구보다 1시간 더 많다. 반면 월평균 여가활동 비용은 5만원 미만이 32.9%에 달한다. 전체 가구는 19.1%에 불과하다. 15만원 이상 구간은 1인 가구는 31.4%에 그쳤지만 전체 가구는 40.4%나 된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의 삶에 부정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겉보기에 건강하지만 영양 상태의 불균형, 이른 나이에 만성 질환에 진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개인이나 정부가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한편 1인 가구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1인 가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혼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많다. 

40대 1인 가구 정지훈(가명)씨는 "40대에 접어들면서 만날 사람도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때가 많아졌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음이 느껴진다"며 "30대에는 자유로움이 좋았고 혼자가 더 좋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아니다"고 전했다. 

30대 1인 가구 박은성(가명)씨도 "싱글이 부럽다는 친구들 보면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면서 말만 그렇게 한다"며 "퇴근 후나 주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일 때 행복한 거다. 좋은 인연만 있으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반면 40대 1인 가구 최은경(가명)씨는 "비혼주의를 선언하고 무언가 홀가분하고 삶이 더 행복해졌다"며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미래 계획을 신경 써야 하지만 그건 누가나 마찬가지 아니냐. 비혼이라 더 하루하루 삶에 충실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30대 1인 가구 강은설(가명)씨는 "혼자 산다는 건 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과 같다. 결혼하고 OO 엄마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보면 더 그런 듯하다"며 "에고이스트적 성향이 강한 나에게는 맞지 않는 길이다. 자기 계발에 진심일 수 있는 지금의 삶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 비혼을 선택했다"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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