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30대 직장인 권순현(39)씨는 1인 가구다. 취업 후 출퇴근 때문에 혼자 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혼자가 편해서 1인 가구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족들에게 '앞으로도 결혼 의사가 없다'며 비혼주의를 선언하기도 했다. 권씨는 "30대 초반에는 연인과 동거를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혼자가 편하다.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부담이 없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니 삶에 더 충실한 기분이다. 경제적 부담도 적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30대 직장인 박성희(38)씨도 자발적 1인 가구다. 박씨는 3년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공공분양 청약에 당첨되면서 독립해 나왔다. 그는 "처음에는 쓸쓸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혼삶을 즐긴다"며 "경제적으로 안정되다 보니, 결혼 생각도 들지만, 당장은 혼자가 좋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자발적 1인 가구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 학업, 가족과 갈등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 혼삶(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혼자가 편해서 혼삶을 선택한 자발적 1인 가구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저출산 등 인구 문제 해소에 앞서 스스로 혼삶을 선택한 1인 가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9%는 '1인 가구'였다. 이들이 혼자 살게 된 이유는 '직장 등 일 문제'가 48.3%로 가장 컸다. 이어 '혼자가 편해서'가 40.2%를 차지했다. '학업 문제'는 5.7%였다. 

혼삶의 장점으로는 '자유로운 생활'(76.3%)을 꼽았고 결혼에 대해서는 37.9%만이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조사를 놓고 보면 20~30대 1인 가구의 절반가량이 자발적 1인 가구인 셈이다. 여기에 1인 가구 10명 중 3명만이 결혼에 긍정적이다. 

현재의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인구 정책은 실패해, 20~30대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1인 가구 관련 조사 자체도 들쭉날쭉하다. 듀오가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한 이번 조사와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를 비교하면 간극이 크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에서는 2020년 기준 1인 가구 사유 1위는 '본인의 학업·직장'(24.4%), '배우자 사망'(23.4%), '혼자 살고 싶어서'(16.2%), '본인의 이혼'(15.6%)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는 학업·직장이 70.0%, 혼자 살고 싶어서가 19.9%를 차지했다. 30대는 학업·직장 58.5%, 혼자 살고 싶어서 25.8%다. 

20·30대 1인 가구가 혼자 사는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설문조사 오차나 신뢰수준을 감안해도 불과 2년 사이에 상당한 변화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1인 가구 증가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향후 1인 가구 문제를 대하는 정책 방향이 달라져서다. 

1인 가구를 다인(多人) 가구로 전환·유도해 자연스러운 가족 형성과 출산율 증가로 이어가는 것이 인구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그런데 30대 비혼 기간이 길어져 40대로 넘어갈 경우 앞으로도 혼자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1인 가구가 혼자 사는 이유를 면밀히 파악하고 다인 가구로 전환할 의지가 생길 수 있도록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박민선 숲과나눔 1인 가구 연구원은 "1인 가구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사회학적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기존의 정책은 홀로 사는 사람은 결핍된 존재라는 전제 의식을 깔고 있다"며 "1인 가구에 대한 시선과 제도적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존의 출산장려정책 같이 통제로 인구집단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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