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LH/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LH/디자인=안지호 기자

 

"저는 청년도 아니고 신혼부부도 아닌 중장년 1인 가구입니다. 전세임대주택 신청하려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없네요. 중장년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40대 1인 가구 심상우(가명)씨는 LH가 공급하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가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싶다. 오는 9월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심씨는 높아진 금리에 신규 대출을 받기가 겁난다. 하지만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은 사실상 없다. 

주거지원 정책은 청년, 신혼부부, 노인 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니면 저소득층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심씨처럼 경력을 지닌 경우 연봉 수준이 바닥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심씨는 매입임대나 전세임대주택 2순위 이하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중장년 1인 가구에게 임대주택은 '그림의 떡'과 같다.  

금리 인상과 함께 전·월세시장 혼란이 이어지면서, 주택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 1인 가구'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매매 가격은 하강 국면에 접어든 반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져서다. 여기에 월세 가격 역시 올라 '사면초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전월세 거래는 총 40만4036건으로 이 중 월세가 59.5%(24만321건)을 차지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넘어섰다. 

월세 가격 변동률도 지난달 기준 수도권 0.18%, 서울 0.06%를 기록했다. 평균 월세 가격은 강북지역은 2년 전보다 20.95%, 강남지역은 7.44% 올랐다. 

이는 주택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이 영향이다. 

실제로 전세 대출을 올려주는 것보다 반전세로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시장 곳곳에서 포착된다. 

서울 은평구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반전세를 찾는 분위기"라며 "4년 전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워낙 올라 임대인 입장에서 반전세 전환 부담이 낮아졌다. 임차인도 신규 전세대출 금리가 높아, 월세를 선택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시장이 혼란해지면서 당장 계약 만료를 앞둔 중장년 1인 가구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인 가구 대상 주택 정책이 청년, 고령층에만 집중돼 중장년층은 소외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 1인 가구 박정훈(가명)씨는 "요즘 전세임대주택에 관심이 많아져 찾아보니까, 저소득층이 아닌 중장년 1인 가구는 사실상 당첨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1순위는 고사하고 2순위도 힘들겠더라, 중장년만 소외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세대별로 나누는 지원책은 1인 가구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또 1인 가구 증가로 주택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1인 가구 맞춤 주거 안정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정책을 보면 단순히 1인 가구라는 이유로 지원하는 형태다. 정해진 예산으로 그걸 나누려 하니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지원하고 경제력이 있다고 보는 중장년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 가구 관련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장기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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