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피해자와 가해자 강제 분리 못해
피해자 "성폭력 당하지 않는 이상 보호해주거나 격리할 수 있는 법은 없더라" 울분 토로

 

혼자 사는 1인 가구 여성의 집안에서 나는 소리를 엿듣고 휴대전화를 문에 갖다 댄 채 수차례 녹음까지 한 장면이 아파트 CCTV에 고스란히 찍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부터 이번 달 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서울 고덕동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행각은 아파트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보면 오전 1시가 넘은 새벽 시간대에 헤드셋을 쓴 A씨가 옆집 현관문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모습이 나온다. A씨는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나 이런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옆집에 혼자 사는 여성 B씨는 "어느 정도 의심이 됐던 게 올해 초였다. 저녁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오려고 문을 열면 현관 앞에 앞집 아저씨가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항의하자 '저를 생각하고 우리 집을 생각하면, 성적인 흥분을 느껴서 그렇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비를 줄 테니 이사 가라, 고소는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는 경찰에 A씨를 고소했지만 "성폭력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이상 저를 보호해주거나 그 사람하고 저를 격리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앞서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현관문에 귀를 대고 엿듣다가 피해 여성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남성 C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께 인천시 서구 한 빌라 건물의 3층 복도에 몰래 올라가 현관문을 통해 7세대에서 나오는 소리를 엿들으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일 "한 남성이 현관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갔다"는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C씨의 인상착의 등을 확인했다. 이어 C씨가 해당 빌라 2층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검거했다.

경찰은 해당 빌라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C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범행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처럼 혼자 사는 1인 가구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법망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을 보면 경찰은 현장에서 긴급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조처를 했음에도 그 조치를 위반했을 때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와 별개로 법원이 같은 내용의 잠정 조처를 내렸음에도 연락을 지속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에 대해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