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캥거루족'으로 회귀를 원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캥거루족은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황민성(32, 가명)씨는 사회초년생으로 연봉 3000여만원을 번다. 취업 후 독립해 서울에서 2년여간 홀로 생활하고 있다. 황씨는 매달 월세 및 공과금 90만원, 학자금 대출과 개인신용대출 이자 50만원, 통신요금·교통비·식비 등 50만원을 고정비로 쓴다. 황씨 수중에 남는 여윳돈은 몇십만원이 고작이다. 저축은 생각할 수도 없다. 

황씨는 "지난 추석에 부모님께 다시 합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아버지께서 탐탁지 않아하시지만, 월세와 식비만 줄여도 저축도 하고 생활도 나아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대 1인 가구 이소은(29, 가명)씨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이씨는 서울에서 2년째 홀로 살고 있다. 이씨는 월 170여만원을 번다. 이 중 원룸 월세로 60여만원이 나가고, 학자금 대출과 기타 잡비로 40여만원을 낸다. 또 매달 식비와 교통비로 대략 40만이 들어간다. 화려한 싱글을 기대했던 이씨는 취업 전보다 삶이 궁핍해졌다. 

이씨는 "처음 취업하고 몇 달 정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는데, 지금은 다시 받고 있는 처지다.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고 나면 카드값이 간당간당하다"며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이럴거면 전세자금을 모을 때까지라도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가 살고 싶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 성인이 독립적인 삶을 살다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 다인 가구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구조다. 

황씨와 이씨처럼 취업 후 독립을 이뤘지만, 고물가·고금리 상황을 못 견디고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 다인 가구로 전환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캥거루족 증가는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 증가, 혼인율 하락, 비취업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미혼자(64.1%)이거나 비취업자(43.6%)다. 

기혼자의 동거율은 3.2%, 취업자는 23.5%에 불과하다. 

다행히 현재까지 청년 1인 가구 수는 늘고 있다. 성인이 되고 부모님의 곁을 떠나 독립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716만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한다. 고령층이 대부분이지만 20·30대 청년 1인 가구가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은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지난 7월 6.3%를 기록한 이후 오름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주로 1인 가구의 부담이 큰 식료품, 음식, 주택·수도·전기·교통·집세 등이 올랐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가 5~6%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통위에서 연이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홀로 생활비를 감당하는 1인 가구의 타격은 연말을 향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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