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솜방망이' 처벌 여전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 20여건 국회 계류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대전지법이 전처를 스토킹해 이사·이직까지 하게 한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무려 18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스토킹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떠들썩했지만, 결국 사회는 그 이전으로 돌아갔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은 무엇하나 달라진 게 없다. 

대전지법의 집행유예 선고만이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다. 대한민국 법원 누리집을 살펴보면 지난 9월 이후 이뤄진 스토킹 범죄 관련 판결(비실명 처리 작업으로 열람 불가능한 판결 제외)은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이고 징역형도 1년 이하다. 벌금액은 200만원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헤어진 연인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걸며 스토킹 행위를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았으니 '무죄'"라고 판결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스토킹 범죄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시점에서 양형 수준이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집행유예 처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집행유예 상태에서 다시 스토킹을 저질러 기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경우 보복성을 띠면서 추가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토킹 처벌법 개정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8일 [1코노미뉴스]는 국회에 계류된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조사해보니, 2021년 6월 10일부터 금일까지 총 27개의 법안이 확인됐다. 

정부가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담은 스토킹 처벌법 강화를 예고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직후 정치권에서 스토킹 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데 반해 관련 법안 처리는 느긋하기만 하다.

계류된 법안 중에는 정부가 내놓은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도 있다. 지난 4월 여성가족위원회에 접수된 이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법률안은 스토킹 실태조사, 예방교육, 피해자 지원시설 설치 등 스토킹 방지와 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지원체계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사법경찰관리가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하고 신고 현장 등 관련 장소에 출입해 관계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스토킹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 전에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역시 아직 심사 단계에 있다. 이 법안은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다.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의 금지를 신설, 피해자보호명령과 신변안전조치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됐다면 스토킹으로부터 시작되는 수많은 강력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법무부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스토킹 처벌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등 15인이 개정안을 발의, 소관위에 접수했다. 스토킹 행위의 범위 확대, 피해자 보호 명령제도, 미성년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시 가중처벌 등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법률안도 내용은 유사하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 강화, 스토킹 유형 구체화 및 실태조사, 스토킹 범죄자 처벌 강화 등이다. 

스토킹 처벌법 개정 관련 법률안이 27건이나 계류되어 있고 스토킹 범죄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만, 연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정치권이 스토킹 처벌 강화에 느긋하게 구는 동안 주요 타깃이 되는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김경렬 케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은 시행 직후부터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며 "시행 후 개선할 점이 여럿 부각된 만큼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먼지 쌓인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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