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열린 디자이너 리플렉션. 왼쪽 사진은 러버보이의 Charles Jeffrey(오른쪽)와 92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멋지고 아름다운 Sheila-Mary Carruthers(왼쪽) . 오른쪽 사진은 영국 1인 가구 이다정씨(왼쪽)와 Charles Jeffrey(오른쪽). 사진 = 이다정
영국 런던에서 열린 디자이너 리플렉션. 왼쪽 사진은 러버보이의 Charles Jeffrey(오른쪽)와 92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멋지고 아름다운 Sheila-Mary Carruthers(왼쪽) . 오른쪽 사진은 영국 1인 가구 이다정씨(왼쪽)와 Charles Jeffrey(오른쪽). 사진 = 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 지난주 토요일(2022년 11월 5일)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있었던 Upstart Fashion Event에 다녀왔다. 패션업계 종사자, 패션전공 학생을 위한 이벤트다. 

런던에는 이러한 패션 이벤트가 다양하게 열린다. 특히 커리어와 관련된 지원 사업이 많고, 별다른 등록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그럼에도 영국 패션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패션 컬리지/대학교 모두 학비가 비싸다. 다른 나라들도 홈 레지던트 학생들과 인터내셔널 학생들의 비용 차이는 있지만, 영국 패션학교는 UAL(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기준, 풀타임 1년 학비가 Home tuition fees £9,250 Internationals tuition fees £23,610 로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기숙사나 준비물 비용은 별도다. 

그런데 학생 비자인 경우 주 20시간만 근무할 수 있다. 영국의 비싼 물가와는 달리 여전히 영국의 최저시급은 10파운드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주당 약 200파운드만을 벌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졸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패션업계 입문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최근 The Sutton Trust 리서치에 따르면 39%의 졸업생들은 20대의 인턴쉽 과정을 수료했으며, 그 중 48%는 '무급이었다'고 응답했다. 영국의 법에 따르면 인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패션기업들은 Work placements/experience 또는 Graduate trainee 라는 타이틀로 이를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우리가 아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대부분 무급 인턴을 구인하거나 패션 대기업(럭셔리 브랜드)들은 교통비, 식비 정도인 약 300파운드를 급여로 제공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영국 패션업계는 인맥이 없다면 입문하기 어려운 데다가 대형 브랜드 및 매거진의 무급 인턴쉽은 경쟁률이 높다. 즉, 비싼 비용을 내고 학위를 마친 유학생들은 취업비자를 받아도 경제적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영국 디자이너 친구들에게 이 모든 사정을 보고 들은 나에게 찰스 제프리의 강연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워킹클래스 집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기 위해 항상 파트타임 잡을 했어야 했고 약 1년간 집 렌트를 내지 못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명품 브랜드에서의 리테일 경험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대기업 인턴십이나 취업을 추천했다.

영국은 내가 일했던 캐나다와 호주와 비교했을 때 기업을 통해 취업비자를 진행하는 비용이 높기 때문에 큰 회사가 아니라면 외국인 취업비자를 받기가 어려워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영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패션디자이너로 취업했던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위기는 패션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영국 런던에 업스타트 페스티벌 포스터가 붙어 있다./사진 = 이다정
영국 런던에 업스타트 페스티벌 포스터가 붙어 있다./사진 = 이다정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 런던에 온 목표인 '지속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로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남은 한 해는 이와 관련한 패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를 떠날 때 나에게 패션 산업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헤드 디자이너 Natalie는 '부럽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던 시간이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제적위기를 겪고 있다. 그 경제위기는 물론 '1인 가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불안정하지만 그 불안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해 나가면 그 불안정 속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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