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왜 나는 스스로를 "비혼입니다"라고 소개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경우 '비혼"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반응과 추가 질문을 야기한다. 미혼의 대체어로서 단순히 혼인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기보다도,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고자 한다는 의사표현까지 포함한 단어가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비혼은 언제부턴가 '비혼주의'로서 브랜딩이 되어왔다. 

자신을 비혼이라고 소개했을 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인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특정한 '주의'를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경우일 것이다. 

또한 '주의'라는 것은 토론의 여지를 준다. 듣는 사람이 의견을 덧붙이고 그에 대한 이유나 생각을 묻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떠한 주의라는 것은 반드시 반대되는 개념이 있기 마련이기에, 비혼 말고 결혼을 선택한 누군가를 모두 '결혼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대화 상대가 결혼한 쪽일 경우, 자연스럽게 결혼 주장을 펼쳐야 하는 것처럼 되어버린다. 더 이상 그 대화는 담백하기 어렵고, 공감하거나 응원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비혼은 주의도, 사상이나 논리도 아니므로 주장하거나 납득시키는 것이 초점이 아니다.  비혼은 현재 '상태'이고, 번복할 수 있는 '선택'이다. 

"결혼 적령기에 대해"

별로 유쾌한 단어는 아닐 수 있다, 적령기. 대학에 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일들에 적절한 연령이 있다는 전제 자체에 반발하고 싶을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그런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삶을 설계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참으로 응원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다수와는 다른 선택을 하면서 그 시기를 지나간다면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는 과정은 중요하다. '미처 몰랐네', '어영부영 지나가 버렸어' 하는 사이에 무언가를 안 하는 선택을 한 셈이 된다면, 그런 삶에는 응원과 공감이 따르기 쉽지 않다. 

"비혼이 그리는 삶의 그림"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배우자 수입, 부모 수입을 생각하겠지만, 결혼 안 하는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대체 그 무엇이 되며 살아야 할지 그 자체를 준비한다.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이 존재하듯, 나는 결혼하지 않는 삶에 대한 멋진 그림이 있다. 어린 시절에 스케치북에 끄적이듯 무턱대고 예쁘게 색칠한 그런 그림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신 차리고(?)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차곡차곡 디자인한 그림이다. 분야 별, 시기 별로 쪼개진 계획이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의 삶의 빛깔과 모양 하나하나를 멋진 모습으로 다듬어 가기 위한 '스타일링'에 가깝다. 

결혼하지 않는 삶에는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결혼 후에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모습을, 나는 결혼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룰 수 있다(물론 이루고자 하는 내용과 그 형태가 매우 다르겠으나). 결혼이라는 계기와 터닝포인트가 없어도 지금부터 스타일링할 수 있다. 한 단계 더 어른이 되고 나면 하고자 했던 모든 것들의 가능성이 지금 코앞에 있다.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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