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원./사진=신락균 
런던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원./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사상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이자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부터 예상과는 달리 많은 이변이 생기고 있는 만큼 더 흥미롭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경우 지난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어 이번에 더 막강해진 스쿼드로 월드컵 우승을 노리고 있고 한국 대표팀 역시 지난 4년간 갈고닦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2010년에 이어 다시 한번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한국에서만큼 거리 응원은 많지 않다. 만약 한다고 해도 이번 월드컵은 겨울에 열려서 겨울비가 많이 오는 영국에서는 거리 응원이 매력적인 옵션은 아니다. 대다수의 영국인들은 펍에 가서 맥주 한잔하면서 사람들과 같이 경기를 즐긴다. 축구 종가답게 영국 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열정, 축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영국식 펍 특유의 분위기가 있지만, 영국 펍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볼 수 있다고 해도 한인들끼리 모여서 응원할 수 있는 곳은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영국 런던에 사는 한인들은 어떻게 월드컵 경기를 볼까? 그리고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우선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보는 경우가 있다. BBC 라이선스를 구독한 가정이라면 집에서 편하게 한국 팀을 비롯한 월드컵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마도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텔레비전보다는 컴퓨터를 통해 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경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라이선스를 구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BBC를 우리나라 KBS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BBC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TV 라이선스를 구독해야 하는데 연 구독 비용은159파운드로, 한국 돈으로 하면 약 25만 원정도 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 더 구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공영방송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보여주는 것에 비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인 것은 사실이다.

문예원 안쪽에서 경기 시작전에 응원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진=신락균 
문예원 안쪽에서 경기 시작전에 응원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사진=신락균 

 

두 번째 방법은 대표팀 경기를 무료로 중계해 주는 공간을 찾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잘 찾으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런던 남서쪽에 있는 뉴몰든(New Malden)은 영국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린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한인 타운으로 약 1만여 명의 한인들이 거주한다. 옛날에는 뉴몰든에 한국 대사관이 있었고, 삼성 등 대기업의 영국 지사도 있었기 때문에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되기 시작된 뉴몰든 코리아타운은 어느새 유럽에서 가장 큰 한인 거주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중심가인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New Malden)에 가면 한국 식당, 슈퍼, 미용실, 카페 등 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많다. 하이 스트리트를 쭉 걷다 보면 ‘한국문예원’이라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곳은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한인들 및 영국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전통 무용, 서예, 장구, 미술, 한국어 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커피 한잔하면서 쉴 수도 있다. 월드컵을 맞아서 한국문예원에서는 지역에 사는 한인들과 월드컵을 같이 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고 필자는 장비 세팅 등을 도왔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선전한 대표팀은 지난 28일 펼쳐진 가나와의 2차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 경기 결과에 진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동시에 잘 싸워준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 전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월드컵 조별 예선이 현지 시각으로 낮 경기이고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곳에 가면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때로는 힘이 되기도 한다.

다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방문해서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외국에 혼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을 덜 수도 있고 영국에 오래 거주하신 한인들로부터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보면 고향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문예원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영국에 갓 정착한 사람들보다는 런던에 정착해 10년, 20년 넘게 살고 계신 현지 교민이 많다. 또한 상대적으로 한인들이 적은 잉글랜드 북쪽에 거주하는 교민의 경우는 이런 공간의 중요성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듯하다. 한 번은 문예원 관계자로부터 멀리 요크에서 일부러 날을 잡아서 뉴몰든에 방문하신 교민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런던 밖 소도시에서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 응원을 통해 해외에서 한인들이 한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며 그 속에서 우리 문화를 유지해 나가고 우리의 얼을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해서 그런지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아직 포르투갈과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다. 두 번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우리 대표팀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16강 진출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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