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혼자 즐기는 월드컵 경기의 고충 같은 것들이 있다.

1. 술집 자리를 예약하기 쉽지 않다. 스포츠 펍조차도 1인석의 비중은 아무래도 적고, 2~4명이 앉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기도 송구한 날이기에.  

2. 혼자서도 거리 응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화장실 갈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짐도 자리도 없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아예 '화장실 편도' 여정을 감행하거나, 아니면 화장실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주변의 무리들과 친분을 쌓아두는 방법 정도가 가능하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혼자 경기를 볼 때 1)잘 보이고 잘 들리는 시청 환경과 2)마음에 드는 주류가 있는 곳 외에도 추가로 고려하게 되는 요소가 있지. 3)잠깐 화장실에 다녀와도 내 짐, 내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 환경!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1. 스포츠 펍(pub) 문 열자마자 자리 잡고 죽어라 버틴다.

가장 치밀한 사전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혼술의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면 품질이 좋은 만족스러운 맥주와 함께 가장 즐겁고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Step 1. 후보지를 여러 군데 선정했다면 각종 리뷰 사진을 통해서 펍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아무리 거대한 스크린이 있는 곳이라고 해도 정작 1인석이 가게 어딘가의 너무 아늑한(?) 위치에 있다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여러 장의 내부 사진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VR처럼 상상해서 스크린과의 각도를 시뮬레이션해 본다. 이때 간과하기 쉬운 점은, 홍보용으로 텅텅 비어있는 가게 사진만 보고 시뮬레이션했다가 막상 사람이 꽉 들어차면 예기치 않게 시야를 차단당하게 되는 경우이다. 

Step 2. 예약이 가능하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되도록 일찍 가서 자리를 잡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 의도치 않게 기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 있게 혼자 온 손님임을 밝히면서 여유 있는 태도로 ‘경기 때까지 혼자 버티고 앉아있을 거지만 남부럽지 않게 술도 음식도 많이 주문할 대형 고객’이라는 당당한 분위기를 드러내자.

Step 3.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이미 대혼돈 상태. 가게의 직원들이 1인 테이블에 관심을 충분히 주지 못할 확률이 크므로 필요한 주류 등은 의도적으로 경기 시작 전에 사재기(?) 필수.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2. 집에서도 얼마든지! 단, 작은 화면은 제발 피하자.

최소 노력과 최소 비용으로 편안하게 저텐션으로 즐길 수 있지만 중계 환경에 따라 만족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위험이 큰 방식. 어차피 평소에 축구 경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 휴대전화 화면은 피하자. 대형 TV나 빔 프로젝터가 아니더라도 최소 태블릿 PC나 노트북 정도로! 

나는 거실 벽면에 빔 프로젝터를 쏴서 시청했는데 의외로 만족감이 컸다. 화면은 나쁘지 않았지만 음량과 음질이 아쉬워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추가로 동원한 것이 신의 한 수. 집 분위기에 맞게 주위에 촛불까지 켜 두고 와인을 즐기며 시청했더니 이것은 또 다른 ‘Gold Class’의 느낌! 

혼자 보는 월드컵, 어디가 좋지? 

#3. 2만원으로 대만족 보장하는 ‘극장 관람’

각종 필수 조건을 가장 그럴싸하게 충족하는 극장 관람. 유경험자라면 꽤 많이들 추천할 것이다. 신나게 군중의 기운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평소에는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는 극장에서 감히(?) 말소리를 내고 소리까지 지를 수 있다는 쾌감도 있다.

Tip 1. 혼자 보는 관객에게는 가장 뒷 열을 추천! 

평소에 혼자 극장에 자주 와 본 사람이라고 해도 막상 축구 경기를 보러 와서는 선뜻 응원 동작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몸을 일으켜서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 신경 쓰이고 익숙하지가 않을 것이다. 맨 뒷자리에 앉는다면 이런 심적 부담(?) 없이 조금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전반전이 끝나고 화장실이나 매점에 다녀올 때도 자리를 찾기 쉽다.

Tip 2. 가로로 긴 형태의 응원 카드는 내려놓자.

극장에서 나눠주기도 하는 응원 카드는 응원 타월 정도의 길이라서 1인석에서 들고 있기에는 부적합하다. 2인 관람객이라면 둘이 함께 들고 있으니 상관이 없겠지만.

Tip 3. 맥주, 팝콘 등의 간식을 들고 올 손이 부족하다! 

털레털레 맨 몸으로 매점에 내려가지 말고 에코백이나, 커피 운반용 캐리어 같은 걸 챙겨가자. 아예 주류와 간식을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 맛집 등에서 미리 공수해 오면 가장 좋고!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16강 진출이라니. 

누군가가 이뤄내는 성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기쁘게 하다니, 스포츠가 그런 일이라니. 수많은 종류의 ‘애정’ 중에서도 ‘응원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다 끝났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에도, 모든 게 끝난 이후에도 기억하고 응원할 것이다.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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