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대법원/디자인=안지호 기자

 

#.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1인 가구 이순영 (62.가명)씨는 자식만 바라보고 살다가 자녀 모두 출가시킨 뒤 지난해 남편과 이혼했다. 그동안 가정에만 충실했다면 남은 삶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했지만 어느날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빈 둥지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빈 둥지 가구는 성인이 된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 혹은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 한 뒤 홀로 지내는 가구를 말한다. 

실제로 1인 가구 중 6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34.5%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2144만8000가구)의 33.4%인 716만6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664만3000가구)보다 52만3000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1인 가구 비중은 1.7%포인트(p) 증가했다. 1인 가구가 700만을 넘긴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전체 가구인원별 유형 중에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2인 가구(28.3%·607만7000가구), 3인 가구(19.4%·417만가구), 4인 이상 가구(18.8%·403만6000가구) 순이다.

연령대별로 1인 가구 비중은 29세 이하가 19.8%, 30대 17.1%, 40대 13.3%, 50대 15.4%, 60대 16.4%, 70세 이상 18.1%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1인 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60세 이상 고령 1인 가구 중 빈 둥지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빈 둥지 가구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시급한 이유기도 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자녀들의 대학진학, 취업, 결혼 등이 증가하여 부부 혹은 나 홀로 구성된 '빈 둥지 가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1인 가구에 관심은 많지만 복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선 일본전문 칼럼니스트는 "새롭게 등장하는 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상처한 빈 둥지 노인은 1인 가구의 전형이다"라며 "단순 독거노인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 1인 가구를 위한 복지 체계 개편이 요구된다. 단순히 기존의 돌봄 체계에 억지로 끼워 넣는 형태는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를 만들기 마련"이라며 "지역사회에서 개개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고, 과감한 제도 개선으로 새로운 돌봄 체계가 빠르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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