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을 믿고 자금을 맡겼다. 라임은 알지도 못한다. 라임 CI펀드 피해자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신한은행은 고의적인 사기 판매로 고객을 이용했다. 그런데 왜 신한은 이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경임 신한은행 라임 CI펀드 피해고객연대 간사

2000년 6월 서울시 중구 서소문 신한금융그룹 본사 앞에는 라임 CI 펀드 피해자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일부 격한 시위자들 가운데 상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인형을 내세워 지나가는 시민들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그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당당히 연임에 성공했다. 피해자들은 조 회장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자리매김은 굳건했다. 

이후 조용병 회장은 연초 주주총회에서 "소중한 자산을 맡겨주신 고객들께 큰 실망을 안겼다"며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바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신한금융그룹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진옥동 행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리더로 발탁됐다. 

8일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하겠다"며 투표 대상에서 자신을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사모펀드 관련 총괄적인 책임이라는 게 조 회장이 밝힌 용퇴 이유다.  

최고 자리 올라갔지만 '찝찝' 

앞서 올 초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신한금융지주회사에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신한금융 측은 부랴부랴 이사회를 열고 수용했다. 급하게 수용한 이유에 대해 금융정의연대는 진옥동 행장의 행보를 지적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경우 중징계가 통보된 문책성 경고가 확정된다면 은행장 연임은 물론이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도전 할 기회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빨리 수용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조용병 신한금융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구하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지금까지 분쟁조정 결과를 이렇게 빨리 수용한 곳은 신한은행이 최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금감원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춰줬다. 결국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3연임은 물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회추위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이번 인사 결과에 대해 신한금융 회추위는 성과에 따른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추위는 진 행장에 대해 "SBJ(신한은행 일본법인) 은행의 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했다"라며 "특히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며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는 경영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진 행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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