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다정 
사진=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 한해가 저물고 있다. 요즘은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함께 하거나 가볍게 펍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해피프라이데이를 즐기는 나름의 방법이 된 것이다. 12월 셋째 주 금요일, 친구 Edmund가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 영국에서는 performace 공연 보다 gig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뮤지션이나 밴드가 하는 라이브 공연을 뜻한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의 도시 런던답게 런던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뮤지션이 많이 살고 있다. 영국의 다른 도시에서 런던으로 또는 다른 나라에서 런던으로 각자 꿈을 가지고 이곳에 온다. 그러다 보니 주말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연들도 많고 매력 있는 로컬 플레이스들이 많다.

대부분의 경우 적은 커미션으로 이벤트를 등록하고 티켓을 판매할 수 있는 이벤트 브라이트를 이용한다. 이벤트 브라이트는 미국 이벤트 관리 및 발권 웹사이트로 영국은 물론 다양한 서양 국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지역 이벤트를 찾아보고 사업자는 물론 개인도 이벤트를 만들고 홍보할 수 있으며 이벤트브라이트는 온라인 발권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이벤트 주최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

 

사진=이다정
사진=이다정

 

Morocco Bound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모로코에서 출발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낮에는 카페 겸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또한 수제 맥주 및 서점으로 운영되며  밤에는 바 및 문화 행사 공간이 되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몇 번 공연 초대를 해주었지만 그때마다 N잡러 인생으로 바빠 매번 놓쳤기에 나름 기대를 품고 도착했다. 연말이기도 하고 로컬/인디밴드 공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더 적은 소규모의 공연이다. 메인 뮤지션 Tim과 친구 Edmund의 공연 무대다. 

관중도 거의 뮤지션들의 지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뮤지션들이 나중에 받을 커미션을 생각하면 꽤 아쉬운 부분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도란 한 분위기의 이번 공연에 꽤나 매료됐다.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Edmund와 그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한 관중./ 사진=이다정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Edmund와 그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한 관중./ 사진=이다정 

 

두 번째 순서였던 에드는 자연스럽게 첫 번째 주자가 되어 베이스는 물론 피아노를 연주하며 몇몇 커버 곡과 그가 작업한 곡들을 선보인다. 그가 들려주는 컨템포러리 재즈와 소울 뮤직은 그 공간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이날 공연에 메인 뮤지션이었던 Tim은 헝가리에서 온 뮤지션이다. 헝가리에서 밴드 활동을 정리하고 런던에서 솔로 뮤지션으로서 활동하기 위해 오게 되었다고 한다. 공연 경험이 많은 뮤지션답게 관중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재밌는 공연을 선보여줬다. 

글로벌 문학 및 예술과 함께 지역 생산자와 창작자를 옹호한다는 모로코 바운드, 다양한 인디 브랜드 제품들은 물론 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친구 Jia 가 일러스트레이션이 마음에 든다며 책을 하나 가지고 왔다.

 

Crying in H Mart 책./ 사진=이다정 
Crying in H Mart 책./ 사진=이다정 

 

Crying in H Mart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캐나다/ 런던에 H-Mart는 유명한 한인 마트 이름이라 책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함께 둘러보는데 알고 보니 한국계 미국인인 Japanese breakfast 밴드의 멤버가 적은 에세이였다. 첫 장에 For 엄마라는 문구가 굉장히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또한 한구석에 있던 다양한 고양이가 그려진 우표 더미에도 '조선우표'라는 한국어가 적혀있었다. 런던 살이 1년, 애국심과 더불어 한국인이라는 자부감이 커졌다.

공연이 끝나고 Ed를 제외한 우리는 맥주 대신 녹차를 마시며 금요일 밤의 티타임을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밴드로 활동하는 Edmund는 이번에 첫 솔로 공연을 하는 것이라 많이 긴장한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아쉬워했다. 나는 공연 도중 화장실도 포기하고 열심히 찍은 그의 공연 동영상을 보여주며 그의 아쉬움을 달랬다. 나 또한 이들의 멋진 공연을 많은 사람들을 경험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이벤트 브라이트에서 구매한 모바일 티켓./사진=이다정 

 

혼자서 우연하게 들린 관중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밤 유명한 뮤직 공연들도 많았는데 굳이 이곳에 방문한 이유가 있냐고 친구가 물었다. 그 친구는 그렇게 '유명한'의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무수한 실력 있는 '로컬' 예술가들은 놓칠 수도 있다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지역 예술가들을 더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내게 큰 위로로 다가왔던 것 같다.

런던의 N잡러 타이틀은 런던의 예술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타이틀이 돼버렸다. 영국에 1년을 넘게 살면서 그들이 런던 출신이든 다른 도시의 출신이든 다른 나라이든, 이곳의 예술가들은 멋있다. 그들은 자신의 작업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비록 자신의 직업이 그들의 주 경제활동이 될 수 없어도 꾸준히 해나간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뤄가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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