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눔과나눔,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나눔과나눔,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정부가 1인 가구 시대를 반영해 새로운 장사문화 선도에 나선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확대, 사후(死後) 복지 선도 사업 검토, 장사지원센터 기능 강화 등이다. 

5일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학적 변화 등에 따라 급변한 장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며 주된 가구 유형으로 올라섰고,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 비중도 2050년 41.1%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 무연고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3년 1280명에서 2021년 3603명으로 늘었다. 죽음에 대한 사회 인식도 변화해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정책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장사시설 수급 관리 강화, 장사 서비스 질 제고, 국가 책임 강화, 장사문화 선도 등 4대 분야 16개 주요 과제를 제3차 종합계획에 담았다. 

먼저 정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장례복지 확대 차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표준모델을 정립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또 2025년까지 민간기관, 종교단체, 자원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공동체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자(장례주관자)'의 범위도 연내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국가 장사정책 자문기구로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기능을 올해 확대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2025년까지)해 장사지원센터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또 다른 변화점은 '미리 준비하는 장례' 확산이다. 정부는 웰다잉 문화 확산에 따라 사전에 자신의 장례의향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칭 사전장례의향서)를 2024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또 1인 가구 등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존엄한 죽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후 복지' 선도 사업을 2024년까지 도입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엔딩 서포트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자녀가 없는 65세 이상 지역민으로 일정 예탁금을 내면 지자체가 사후 장례, 주변 정리, 사망 신고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드러난 화장 수용 능력 부족을 실감하고 지속가능한 장사시설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화장시설 신·증축을 통해 2027년까지 전국 화장로를 52기 증설해 430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노후화된 장사시설 현대화, 복합 장사문화 시설로 다변화 등도 추진한다. 자연장지는 2027년까지 14만6000구, 봉안시설은 5만7000구 확대한다. 

장례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상설 자문기구 설치, 협의·소통 활성화를 위한 장사정책 협력 네트워크 강화도 진행한다. 

장사법에 장례 복지 개념을 도입하는 등 전면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산분장은 제도화하고 산분 구역에 개인 표식은 설치하지 않되 존엄하게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헌화 공간,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웨덴 우드랜드 '회상의 숲'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별도 헌화장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인 표지는 설치하지 않는다. 직원이 도구를 이용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산분하고 유가족에게 연락해 회상이 숲에서 추모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이 밖에도 장사지도사 자격제도를 국가 자격 시험제도로 전환한다. 장사시설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장례식장 인력 교육을 확대한다. 재난상황을 대비한 장사분야 비상운영체계 마련, 시신 감염정보 연계체계 마련, 온라인 추모서비스 고도화, 장례문화 인식개선 확산 등을 추진한다. 

제3차 장례시설 수급 종합계획은 단순히 장례시설 확대·개선에 그치지 않고 장례문화 개선, 장례복지 확대 등을 담아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다만 복지부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다수 포함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희선 일본경제 칼럼니스트는 "일본은 초고령화사회이자 다사(多死)사회로 슈카츠(종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생전정리라는 표현도 많다"며 "생전에 죽음, 그리고 사후까지 준비하는 활동이다. 이와 관련해 자필유언 보관제도, 유언신탁제도 등이 있고, 생전정리 대행 서비스 업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하카토모(무덤친구)라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종활 박람회인 '엔딩 산업전'이 2015년부터 개최되고 있다"며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종활 관련 정책과 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장례복지를 정책 문서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표"라며 "인구 변화, 저소득층 장례 지원 면에서는 산분장 제도화 및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립승화원만 해도 이미 만장으로 기초생활수급자는 봉안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또 "장례문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대책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을 내세우려면 인력 충원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장례주관자 범위 확대도 실효성을 가지려면 민법에서 가족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여러 가지 관련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라 시행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