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EZ 진입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 사진=신락균
ULEZ 진입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 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18세기 맨체스터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작은 섬나라에 불과했던 영국이라는 나라에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마련해 주었고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제국의 확장과 부의 축적을 도왔으며,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발판이 됐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공과는 극명하다. 우리가 이렇게 풍요롭게 살 수 있었던 데에는 기계와 공장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동 노동 착취 문제, 제국의 등장과 식민지 정복 역사, 두 차례의 세계대전, 환경 오염과 지구온난화 문제 등 지구 환경과 우리 사회에 심각한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0년간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영국은 이제서야 약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나 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과오를 반성하는데 꽤나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아동 노동 착취 문제를 바로잡았고, 인종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이상 기온과 기상 재해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높아진 환경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영국 정부는 2021년에 2050년 탄소 배출 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축소 대상 영역은 총 7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번에 다룰 영역은 교통분야이다.

영국에서는 앞으로 7년 뒤인 2030년이 되면 휘발유와 디젤차 구매가 전혀 불가능해진다. 2035년까지는 모든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 제로화를 추진한다. 다시 말해 2035년 이후부터 런던에서는 오직 전기차만 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완성차 업체들도 일정 비율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전기차를 많이 장려하는 듯하다. 길거리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전기차를 산 가정에도 집 앞 마당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런던 시내 길거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차량./ 사진=신락균
런던 시내 길거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차량./ 사진=신락균

 

런던의 깨끗한 공기를 위한 정책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배기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런던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런던 시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2014년부터 ULEZ(Ultra Low Emission Zone, 초저 배출 지역)를 설정하는 계획을 만들었다. 후임 시장인 사디크 칸이 2019년에 본격적으로 런던 도심을 중심으로 한 ULEZ를 시행했고, 2년 뒤 2021년에는 런던을 둘러싼 외곽 순환도로 경계선까지 확장되었다. ULEZ에 들어오려면 Euro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 진입할 수 있으며, 진입하려면 자동차 기준으로 하루에 12.5파운드, 약 2만 원을 내야 하고 런던 도심으로 진입하면 혼잡 통행료가 추가된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얼마 전에 ULEZ의 확장 발표했다. 이번 확장은 런던 전 지역을 포함하게 된다. 필자가 거주하는 킹스턴 지역도 포함된다. 런던 사람들의 경우 이번 ULEZ 확장에 대부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ULEZ 확장 반대를 하는 그룹이 만들어졌고 1월 28일에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심지어 킹스턴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결정이 실망스럽고 너무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런던의 대기질을 개선하자는 목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런던 외곽지역의 대중 교통망이 런던 시내만큼 잘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최근 국가 경제도 좋지 않아 생활비가 빠듯한 가구에 매일 통행료 2만 원씩 내야 한다는 것이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킹스턴 지방정부의 반박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현재 ULEZ 지역은 지하철도 많고 버스도 많은 것에 비해 그 지역을 벗어나면 대중 교통망이 중심부만큼 촘촘하지 않다. 

킹스턴에 거주하는 필자의 지인은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직업의 특성상 가정방문을 할 때가 많고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외곽지역 대중교통이 너무 좋지 않아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차량 구매를 알아보다 문득, '올해 8월에 ULEZ가 확장되면 과연 차를 구매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고 했다.

런던 시내 도심지역 혼잡 통행료 징수 구간./사진=신락균
런던 시내 도심지역 혼잡 통행료 징수 구간./사진=신락균

 

경제는 나날이 나빠지고 월급만 제외한 모든 것이 비싸지는 상황에서 깨끗한 공기를 위해 하루에 2만 원씩, 한 달에 60만 원씩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60만 원 추가 지출은 '기본 지출'이다. 오래된 차량을 끌고 다니는 사람의 경우 하루 2만 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외곽지역은 트럭이나 밴과 같은 커다란 디젤 차가 많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연식이 20년 이상 된 오래된 차의 경우는 하루에 ULEZ 통행료 12.5파운드를 내는 것에 덧붙여 하루에 100파운드를 더 내야 하니 이쯤 되면 오래된 차량을 끌고 다니면서 일하는 건설업 종사자나 트럭 운전자들의 경우 일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페이스북 그룹 'Action Against ULEZ extension'에는 런던 시정부가 돈을 받는 것은 서민들의 세금을 징수해 세수를 늘리려는 정부의 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진짜 런던의 대기 환경을 위한다면 ULEZ 통행료를 받지 말고 디젤 차량 통행을 아예 금지하라는 것이다.

또한 간질과 같은 언제 어떻게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의 경우 비상상황에 차량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며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이라는 지구적 담론에 독거노인과 같은 1인 가구나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과연 환경을 위한 정책이 모두 좋은 정책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얼마 전 Sky News와의 인터뷰에서 ULEZ 확장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옳은 결정이라고 하면서 ULEZ 확장으로 벌어들인 세수는 대중교통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환경 정책 도입이 반발을 사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1950년대 통과한 대기오염 법(Clean Air 1956)에 포함된 런던 시내 발전소 퇴출도, 2007년 공공장소 흡연 금지 법안도 처음에는 반발을 많이 샀지만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연 런던 시장의 말대로 이번 ULEZ 확장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사회적으로 더 큰 반발을 가져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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