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최근 몇 주간 일본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저출산 대책  뉴스가 연일 소개되고 있다. 뉴스를  보면 중간 중간에 '차원이 다른 (次元の異なる) 대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기존에 시행하던 뻔한 정책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1월 23일 기시다 총리가 2023년 시정방침 연설에서 저출산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놓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출생 건수가 80만명 밑으로 떨어졌으며 "일본은 앞으로 사회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운명의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며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차원이 다른 정책'이라는 단어에는 여태까지 일본이 추진한 저출산 대책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책은 어떤 의미일까. 

기시다 총리는 연설에서 "연령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실현한다"며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의식 개혁을 목표로 할 것을 요구한다.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육아하기 쉬운 제도를 만드는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 수당을 포함한 경제적 지원의 확대 뿐만 아니라 육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업무 방식을 개혁하는 것  – 이 세 가지를 큰 기둥으로 하여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책를 담당할 정부 기관을 4월 설립할 것이며 더욱 구체적인 방안은 6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의 합계 출산율 (1명의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2021년 1.3명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 일본 중에서도 도쿄가 출산율이 가장 낮은 1.08명을 기록했다. 도쿄도 또한 며칠 전 새로운 육아 대책을 발표했다. 여태까지는 연간 소득 360만 엔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둘째 아이의 어린이 집 비용이 무료였는데, 앞으로는 모든 가정의 둘째 아이의 어린이 집 비용을 2세까지 전면 지원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난자 동결과 체외수정을 지원하는 비용도 조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소득과 관계 없이 18세 이하 자녀에게는 매월 5천엔을 지급하겠다는 발표였다. 2023년도의 지급액을 한 번에 몰아 2024년 1월에 지급할 방침이며 대상자는 200만 명에 달한다. 이 방침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자녀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안정적인 직장과 급여가 더욱 우선이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저출산 대책은 현재 육아를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육아에 참여하는 세대를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결혼을 장려하는 것, 그리고 자녀를 가지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에의 배려 또한 중요하다. 

인구학에서는 여성이 50세 시점에서 아이가 없는 경우를 ‘평생 무자녀 (Childless)’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1970년생 여성이 50세인 시점에서 자녀가 없는 비율을 국가별로 비교하였다. 일본은 27%로 데이터가 있는 17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핀란드가 뒤를 이었고 (20.7%),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이 뒤따랐다. 독일은 OECD 데이터에는 없지만 독일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21% (69년생 기준)였다. 65년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4개국 비교가 가능한데, 이 중에서도 일본이 22.1%로 가장 높아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을 앞선다. 육아 관련 정책이 발전한 서구 국가에서는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사람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일본이 뒤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00년생 여성의 경우 31.6% (현재의 출생 경향이 지속될 경우)~39.2% (출생률을 낮게 상정하여 예측할 경우) 정도가 평생 자녀를 가지지 않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더하여 연구소는 출생동향기본조사를 바탕으로 자녀가 없는 여성을 네 가지 '결혼곤란형, 무자녀 지향형, 출산연기형, 불임 및 건강 이유'로 분류했다. 

최근 증가한 유형은 결혼 곤란형. 25세부터 49세까지의 어느 연령대를 보아도 가장 많은 유형에 속한다. 충분한 경제력이 있는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파악된다. 결혼과 자녀를 원치 않게 되는 원인이 경제력이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미혼을 선택하기 보다 결혼을 포기하고 있는 여성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무자녀지향형이다. 이 유형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여성 중 5%가 자식을 원치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에서는 198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되었다. 무자녀율이 높은 65~70년생은 균등법의 혜택을 받은 1세대이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육아와 커리어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과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퇴사 후 출산을 하느냐 아니면 아이를 가지지 않고 일할 것이냐의 선택을 강요받는 경향이 지속되었고 현재의 저출산이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저출산 대책이 금전적인 지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출을 중심으로 하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육아 세대의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보장제도 확충, 남녀 모두 육아와 커리어의 양립이 가능한 업무 방식의 개혁도 필요하다. 즉,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제도가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본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 구체적인 방안은 어떠한 내용일 것이며 저출산을 극복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일본의 움직임과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야말로 지금 '차원이 다른'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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