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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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해외 홀로살이에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은 고유의 명절이 다가올 때면 더욱 커진다. 설날은 영국에서는 어느 때나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다. 타지 생활을 하다보면 한국의 고유 명절의 둔해지는 부분도 있다. 작년 설날은 영국 회사 취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적응하기 바빠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영국 생활 시작 이후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고 있기에 설날 인사 또한 인스타그램 메시지나 스토리를 뒤늦게 확인하여 알게 되어 조금은 씁쓸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영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설날은 꽤나 알차고 특별했다. 이번 설날은 일요일이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친구와 로컬 카페를 방문하여 커피 타임을 즐겼다. 그리고 한국 문화와 음식을 좋아하는 필자의 플랫 메이트, Phoebe의 제안에 따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김장에 도전했다.

사진=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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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ebe는 이전에도 혼자 만든 김치를 나누어주었는데 정말 맛있었기에 친구들 모두 기대에 차있었다. 그녀에게 어떻게 직접 김장을 할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았더니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성비가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물론 런던에서도 아시안 슈퍼마켓에서 쉽게 국내 브랜드 김치를 구매할 수 있지만 500g당 약 5파운드 (약 7600원 정도)로 국내 김치 가격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재료를 함께 N 분의 1을 하여 계산했는데 한 사람당 한 포기김치(3kg)를 만드는데 5파운드 비용이 들었으니 6배 정도 저렴한 셈이다.

5포기의 배추를 위한 김치 속을 만들고 Phoebe의 레시피로 2-3시간 속성으로 절인 배추에 속을 넣었다.

사진=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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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die와 Nova Phoebe를 제외한 친구들은 처음으로 김장을 담가보는 거라 신이 나있었다. 필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이모들이 담그시던 김장을 구경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집안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오가고 그 속에 콩고물 먹듯이 그 상황을 관람하며 김치 맛을 보는 것을 즐겼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니 새삼 신기했다. 그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며 김장을 하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것도 나의 첫 김장이 한국이 아닌 영국이고 김치를 담그며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한다.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정말 색달랐던 경험이었다. 김장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설날 맞이 김장 체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한국인이 아닌 친구가 김장을 제안하고 그녀의 비법으로 김치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 꽤나 흥미로웠다. 한국 음식이 얼마나 세계화가 되었는지 괜히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사진=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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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부터 김장을 시작한 우리는 오래 걸릴까 걱정했지만, 김장 경험이 있는 Phobe의 오더에 맞추어 일사천리 하게 김치를 만들 수 있었다. 새해에 떡국을 만들어 먹었던 지라 떡국 대신 김장하면 빠질 수 없는 보쌈도 만들어 맥주와 함께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만찬 후 친구 Jodie가 집에서 가져온 그녀의 셀프 젤 네일 키트로 우리에게 젤에 일을 설 선물로 해주었다. 설날이 생소한 친구들에게 한국 설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며 괜스레 가족들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시차를 맞추기 위해 늦은 밤 가족들에게 비몽사몽 한 모습으로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전해야 했기에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한국에서 보내는 설 명절이 아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한국의 문화를 곁들인 설날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설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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