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검사 홍보 전단./사진=신락균
간검사 홍보 전단./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영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거의 모든 진료가 무료다. 암에 걸린 사람도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갓 발명되어 억대를 상회하는 신약도 무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점도 많지만 좋지 않은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간호 노조의 파업도 있었고 브렉시트 이후 유럽 출신의 의사가 대거 빠져나가 의사가 부족한 등 NHS의 단점도 많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 중에 제일은 행정 절차가 매우 느리고 동네마다 있는 의원(GP)에 가도 예약하는 것부터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 연락을 했는데 진료를 위해 기본 2주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한숨을 쉬며 일단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는다. 그동안 쉬면서 약을 먹으면서 버틴다. 2년 같았던 2주가 지나면 감기몸살이 다 나아서 진료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인 하면 생각나는 '빨리빨리'가 좋을 때도 있다. 바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진단 결과가 무엇이 되든 빠르게 병원에 가서 증상을 말하고 진료를 받아 보고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괜히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내원을 미루다 보면 나중에 큰 병이 되어 치료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건강을 생각하고 몸을 돌보며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영국에는 한국처럼 특정 나이가 지났을 때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하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는 생년의 끝자리가 짝수와 홀수인 국민이 나누어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국가건강검진은 건강보험의 지역 혹은 직장가입자, 2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 20~64세의 의료급여 수급자 등 국민 대부분이 대상이다. 이처럼 한국인 성인이 되면 2년에 한 번씩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나이가 들면 내시경 등 검사 항목이 많아진다. 

영국의 경우 비슷한 듯 조금 다르다. 영국에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40세부터 74세까지 남녀를 대상으로 5년에 한 번 실시한다. 여성의 경우는 25세가 되면 자궁경부암 검진을 3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고 50세가 지나면 5년마다 검진을 받는다. 50세가 되면 유방암 검진까지 추가된다. 만약 천식 환자로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다면 독감 시즌에 연락이 와서 미리 백신을 맞으라고 챙겨주기도 한다. 예방 접종의 경우 0-15세 예방접종,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임산부 예방 접종(독감, 백일해), 고령자 예방 접종(폐렴구균, 독감, 대상포진), 최근에 추가된 코로나 예방 접종 등이 있다.

 간 검사를 받는 사람들./사진=신락균
 간 검사를 받는 사람들./사진=신락균

건강검진은 지역사회를 찾아가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킹스턴 내 뉴몰든, 우스터파크 지역 의사 연합회에서 간 건강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역 거주민들을 위해 전반적인 간 기능 검사를 진행하는 이벤트로 뉴몰든 중심가에 위치한 교회에서 피검사와 간 섬유화 검사(Fiboscan)를 해준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뉴몰든 지역 한인 사회에 한인들의 건강을 챙기는 건강 코치 팀이 있는데 이 팀을 통해 한 달 전쯤에 간 검사 공고가 났다. 영국은 5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기도 하고 나이도 40세 이하라면 건강검진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년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필자 역시 간단한 간 검사마저도 받아본 기억이 없고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면 음주도 하기에 한 번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검사에 예약한 사람들 말고도 그냥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대기석에 놓여있었던 음주 자가진단 카드./사진=신락균
대기석에 놓여있었던 음주 자가진단 카드./사진=신락균

우선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은 뒤 간 섬유화 검사를 위해 간 스캔을 받았다. 침대에 누워 스캔을 받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결과 역시 바로 나왔다. 섬유화도가 7.5를 넘으면 안 되는데 다행히도 정상이다. 결과지를 들고 약간 대기한 뒤 피검사 장소로 이동했다. 담당자는 B형 간염이 있는지 확인하는 피검사라며 간단하다고 했다. 손가락에서 채혈해서 코로나 진단키트처럼 생긴 플라스틱 키트에 넣어 검사하는 형식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0분 정도 소요됐다. 결과는 음성. 대기자가 많아서 대기시간 포함해서 마치는 데까지 약 45분 정도 걸렸다. 

비록 이번 행사가 두 가지 검진만 하는 간단한 검사였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꽤나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젊은 사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간이 건강하기 때문에 이번 검진에 찾아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모든 질병이 나이가 적다고 발병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특히 간 건강의 경우 음주가 지속되면 나이를 불문하고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니 젊은 층들과 혼자 살면서 식습관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이벤트였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 꼭 필요한 부분이 바로 '건강 챙기기'다. 이번 검사와 같은 지역 사회에서 하는 건강 이벤트가 더 활발해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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